면세점 '외형확장' 멈추지 않는 롯데, 재무부담 고민도 커진다
입력 15.03.31 07:00|수정 15.03.31 07:00
[Invest Chosun]
[불 붙은 면세점 전쟁③]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권에 3조 투자
해외에선 WDF 인수 추진했지만 고배
KT렌탈 인수자금 마련도 버거워…재무부담 가중 우려
면세상품·서비스 질적 향상 전략 강화 필요
  • [03월09일 15: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롯데그룹이 면세점 사업부문의 외형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3조원을 넘게 들여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더니, 수조원 규모의 해외 면세점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연이은 면세점 외형확장으로 유통부문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롯데그룹이 국내 면세점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 까닭은 유통업이 성숙기에 진입한 가운데서도 면세점 사업은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 롯데백화점의 작년 매출은 8조5580억원으로 2013년 대비 0.7% 줄며 2년 연속 하락세다. 반면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3.5% 상승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그룹이 3조원을 넘게 들여 향후 5년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얻고 제주 시내 면세점 운영권을 획득한 배경이다.

    해외에선 세계 6위 면세점인 WDF(World Duty Free)에 눈독을 들일 만큼 의욕적이다. 롯데그룹은 WDF 인수를 통해 세계 면세점 4위에서 2위로 업계 내 위상을 끌어올릴 목적이었지만, 최종 인수자는 업계 1위인 스위스의 듀프리(Dufry)로 결정됐다.

    롯데그룹은 과거 해외 면세점 인수를 추진했다 접은 경험이 있다. 2009년 패션산업 침체 속에서 매물로 나온 DFS의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롯데그룹 본사는 국내외에서 면세점 점포를 운영 중이던 경영진들의 능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 이후 2012년 자카르타 공항 면세점을 시작으로 괌 등으로 해외 시장의 보폭을 넓혔다.

    정부규제 때문에 대규모 자금을 들여서라도 해외 시장을 확장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정부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이 운영하는 면세점 점포 수(특허 수)를 전체의 60% 미만으로 제한했고, 중소·중견 기업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늘렸다.

    롯데그룹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대규모 자금을 쏟은 이유도 해외 면세점 입찰전 때문이다"라며 "진입 장벽이 높은 해외 입찰전에선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 실적은 필수"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현재보다 70% 높은 연간 임차료를 지급하기로 하며 인천공항 면세점 내 4개 구역의 운영자로 선정됐다.

    면세점 외형확장 전략이 재무부담을 상쇄할 만큼 실적 개선 효과를 낼 지에 대해선 물음표다.

    롯데그룹은 이미 KT렌탈 인수자금은 1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인수금융 등 다양한 조달방안을 강구 중이다. 롯데쇼핑·호텔롯데가 상반기 중 일본에서 각각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중국은행들과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쇼핑몰 '아트리움'의 인수 등 해외 M&A도 추진 중이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기업공개(IPO)·부동산 매각 등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KT렌탈 인수자금 부담이 커지면 신용등급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신평사들도 외형은 확장되지만 수익이 뒷받침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오너의 사업확장 의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인수 추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인수·합병이 사업적 효과보다는 오너의 판단에 의해서만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요우커'들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형확장을 위한 자금을 줄이는 대신 면세품 및 연계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형화된 관광 코스, 우후죽순으로 생산되는 여행상품과 연계된 면세품 판매 전략으로는 장기경쟁력을 강화하기 불충분하다"며 "외형확장도 확장이지만, 질적 개선도 신경써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