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월01일 18:1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자금 조달 수요가 있는 주요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전 땅 고르기' 작업을 끝냈다. 기업이 정관 변경으로 발행할 주식의 총수(수권자본 규모)를 늘리거나, 주식예탁증서(DR) 등의 발행 근거를 만드는 건 조만간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1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중 적어도 27곳의 상장사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금 조달과 관련된 정관 변경을 마쳤다. 710곳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와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 코스닥시장 상장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
먼저 눈에 띄는 기업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포스코플랜텍이다. 두 기업 모두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늘리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확충했다.
최근 수 년간 재무적 어려움에 시달려 온 두 기업은 잇딴 증자로 인해 발행한 주식 수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에 근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추가적인 재무개선을 위해선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늘려야 한다. 당장 움직임은 없지만, 시장에서는 두 기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CB·BW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롯데손해보험은 그간 정관에 없었던 CB와 BW 발행 근거를 신설했다. 발행 한도는 납입자본금의 50%까지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해보험의 납입자본금 규모가 672억원임을 고려하면 큰 규모는 아니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증자가 완료되면 CB·BW 포함 1000억원 안팎의 발행 한도가 생기게 된다. 주식연계증권(ELB) 등 메자닌 발행에 적극적이지 않은 롯데그룹 계열사의 움직임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동원산업·동원F&B·동원시스템즈 등 동원그룹계열 상장사 3곳은 일제히 CB 및 BW 발행 한도를 3000억원으로 늘렸다. 시가총액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자금 조달의 여지를 키우기 위한 정관 변경으로 해석된다.
SK증권은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10억주에서 20억주로 조정했다. 현재 SK증권의 발행 주식 수는 3억2400만여주에 불과하다. 최근 4~5년간 최대주주로부터의 자본확충이 없었던 SK증권이 정관을 변경한 데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제주은행 등 주요 금융지주사 및 은행 6곳은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근거를 정관에 신설했다. 일명 코코본드로 불리는 조건부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으로, 발행사가 부도 위험에 처하면 상각 혹은 주식으로 전환되는 등의 조건이 달려있다.
올해 주총에서 6곳의 금융지주사 및 은행은 모두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근거를 정관에 명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여기에 더해 전환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근거도 정관에 넣었다.
일진홀딩스는 주식예탁증서(DR) 발행 근거를 정관에 넣었다. 최대 발행 규모는 총 발행 주식 수의 50%까지다. 현재 시가총액(3700억원)을 고려하면 최대 1800억원 규모의 DR을 발행할 수 있는 셈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의 움직임도 많았다. 휠라코리아는 우선주 발행 근거를 마련했고, 한미반도체·현대페인트·디올메디바이오·신우 등은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늘렸다. 청호컴넷·조광피혁·내츄럴엔도텍·콜마비앤에이치 등은 CB 및 BW 발행 한도를 확충했다.
[Invest Chosun]
재무불안 현대엘리·포스코플랜텍, 수권자본·CB한도 늘려
증자 추진 롯데손보는 CB·BW 발행 근거 신설
금융지주사, 조건부자본증권 정관 잇따라 도입
재무불안 현대엘리·포스코플랜텍, 수권자본·CB한도 늘려
증자 추진 롯데손보는 CB·BW 발행 근거 신설
금융지주사, 조건부자본증권 정관 잇따라 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