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실적 제자리걸음에 투자자들 답답
입력 15.04.23 07:10|수정 15.04.23 07:10
[Invest Chosun]
M&A·계열사 분사 통해 사업 확장
정유·화학·통신 등 수익성 악화
상황 타개할 돌파구 안보여
  • [04월15일 14:2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인수·합병(M&A)과 계열사 분사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온 SK그룹이 최근엔 제자리걸음 상태다. 주력사업들의 수익성은 떨어졌고, 각 계열사는 구조조정 등 재정비과정을 밟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백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대규모 M&A 등 굵직한 성장전략을 펼치기 어려워졌다. 작년말부터 투자확대를 내건 삼성·현대자동차·LG 등 다른 4대그룹과는 다른 행보다. 투자자들은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 꾸준히 사업확대해 온 SK이노베이션·SK텔레콤, 실적부진에 성장성 ‘제동’ 

    SK그룹은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꾸준히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정유·화학사업이 대표적이다. 2007년 SK㈜의 정유·화학사업부가 물적분할해 SK에너지가 설립됐다. 3년 후엔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을 세웠다. 그 아래 정유·화학·윤활유 등 사업별 자회사를 두고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펼쳐나갔다. 자원개발(E&P)이나 2차전지 등 신사업 추진에도 공을 들였다.

    시장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유·화학업황이 악화됐다. 그 여파로 SK이노베이션의 수익성은 급락했고 재무부담은 가중됐다. 회사는 오히려 2조원가량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준비하는 입장이 됐다. 자구계획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과도한 자산매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유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자산매각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력사업인 통신도 비슷한 상황이다. SK텔레콤 인수 후, SK그룹은 M&A를 통해 통신사업의 덩치를 키워왔다. SK브로드밴드와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자회사들이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SK플래닛처럼 아예 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로 삼은 경우도 있었다. 

  • 지금은 국내 통신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와중에, 이들 계열사 모두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다. SK컴즈는 지난해 싸이월드를 분사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지주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100%)상 SK플래닛의 100% 자회사가 되거나 외부로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SK텔레콤이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유·무선사업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선 양사의 합병을 비롯해 양사와 SK플래닛의 합병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플래닛을 합병할 경우 분사한 회사를 다시 통합하는 것이기에 기존 사업 확장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여타 계열사도 쉽지 않은 경영환경…“뾰족한 수 안 보여”

    그 외 주력 계열사들도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처한 상황이 좋지 않다. SK E&S는 발전사업의 마진축소 및 대규모 투자 등으로 재무부담이 증가한 상태다. SK네트웍스 구조조정 여파로 몸집은 줄었고 수익성도 악화됐다. 신성장동력인 렌터카·면세점·패션사업은 아직 이를 만회할 정도로 존재감이 크지 않다.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SK건설도 기지국 건설사업부문(U-사업부)의 매각을 준비 중이다.   

    성장 자양분이 됐던 M&A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중·소형사 인수는 꾸준했으나, 빅딜(Big Deal) 성공사례는 보기 어려워졌다. ADT캡스와 STX에너지(現 GS이앤알)는 중도에 인수의향을 접었고, KT렌탈 인수는 롯데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굵직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최태원 회장의 장기공백이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각 사업별 성장성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그룹 전반에 걸쳐 재정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속속 발표한 삼성·현대차·LG 등과는 대조적이다.

    투자자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투자금액이 적지 않은데, SK그룹이 현 상황을 타개하긴 어려워 보인다. 뚜렷한 대안을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당장 갈아탈만한 투자처도 없는 상태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돌파구를 만들만한 계열사이긴 하나 지금은 성장성이 있는 매물이 없다”며 “무엇인가를 보여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 보험사 투자담당자 또한 “무엇인가를 하면 좋겠으나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며 “SK이노베이션의 경우에도 유가가 너무 낮아 자산매각을 하기엔 타이밍이 애매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