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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24일 16:0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동국제강이 회사의 상징이자 자존심인 페럼타워(Ferrum Tower)를 삼성그룹에 매각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하지만 매각가는 기대 수준에 한참 못미쳤다. 동국제강에 페럼타워는 사실상 마지막 매각 자산이란 점에서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았어야 했다. 매각가가 낮다 보니 재무구조 개선 정도는 미미했다.
오너 일가의 교감에 의한 매각,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홍보 효과를 노리다 실리는 잃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동국제강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과 삼성그룹은 이날 페럼타워 매각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금액은 4200억원. 부동산 투자업계에서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재 시세가 반영되지 않은, 기대 이하의 가격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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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과 삼성은 지난해 손바뀜이 일어난 스테이트타워남산의 매각가를 거래 기준으로 삼았다. 페럼타워와 스테이트타워남산의 단위 면적(3.3m²)당 거래금액(약 2489만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페럼타워의 입지 조건을 고려했을 때 스테이트타워남산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는 건물이란 게 부동산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잠재 원매자들은 최근 동국제강에 4700억원에서 4800억원까지 제시하며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이 동국제강을 찾아 인수 의사를 밝혔다”며 “최근에는 45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까지도 제안이 들어갔을 정도”라고 전했다. 동국제강은 이 같은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후문이다. 아예 제안서 접수 조차 거부하며 “매각 의사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동국제강은 매각 조건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오피스 면적에 대해서는 10년간 임차하는 부담을 졌다. 계약상에는 삼성생명이 페럼타워를 매각할 경우 동국제강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한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조건을 감안하면 4200억원은 헐값은 아니어도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최근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매각가를 산정했다”며 “가격은 시장 평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오피스빌딩 거래 구조와 이번 페럼타워에 대한 동국제강의 임차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 가격”이라며 “이면 계약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페럼타워는 동국제강이 매각해서 대규모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마지막 자산이란 점에서도 이번 매각가격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한 푼이 아쉬운 동국제강이 최대한 매각가를 높이려 했다면 공개 매각을 통해 국내 종로와 중구 지역에 있는 대형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려는 국부펀드의 자금 등을 끌어들여 최대한 경쟁 구조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페럼클럽은 매각한다고 해도 현재 시세는 700억원에서 900억원 내외, 골프장 개발비 수준에도 못 미친다.
동국제강은 그러나 별도의 매각주관사 없이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삼성그룹(삼성생명)을 인수자로 정해놓고 거래를 진행했다. 논의를 시작한 지 한달 여 만에 결론에 이르렀다. 거래 가격은 스테이트타워남산 수준에 맞췄다.
지난 2013년, 옛 유니온스틸(현, 동국제강에 피합병)이 서울 대치동에 있는 사옥(현, 삼성생명 대치2빌딩)을 매각할 당시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당시에도 장세욱 부회장이 삼성그룹 고위층과 먼저 교감을 갖고 난 후 삼성생명이 유니온스틸 사옥을 인수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과 동국제강 양사의 오너가 재계모임을 통해 젊은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유니온스틸 사옥매각을 비롯해 이번 매각 또한 삼성그룹이 자금난에 처한 동국제강의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오너간 협상에 의해 거래가 진행하다 보니 더 높은 가격에 인수 기회도 외면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각 시기를 놓친 탓에 어쩔 수 없이 최고경영자간의 친분을 활용해 매각할 수 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동정론도 있다. 신용등급 하락이 임박한 상황에서 매각을 추진하게 됐고, 매각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동국제강이 분리한 입장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옹호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그간 “페럼타워는 매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음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동국제강이 매각 ‘골든타임을 놓쳤음을 인정한 것’이라는 반대 해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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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하의 매각가로 재무구조개선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동국제강의 부채 규모는 5조8260억원, 이 가운데 5조1554억원이 차입금이다. 2000억원의 매각차익은 부채비율을 소폭 낮추는 정도에 그친다. 확보한 현금은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상환과 현재 시중은행의 간접여신 대응 축소에 대응할 있는 수준이다. 이제 동국제강은 철강 시황 회복에만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강 시황은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이다.
한편, 이번 매각을 통해 동국제강의 경영 주도권은 장세욱 부회장에게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장세주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장 회장의 매각 반대 의지를 장 부회장이 꺾었다는 점에 재계가 주목했다.
[Invest 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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