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업계, 전략적 인수·합병으로 몸집 키우기
입력 15.05.22 07:00|수정 15.07.23 07:20
[Invest Chosun]
DHL·UPS·페덱스 등 적극적 확장
경쟁 못버틴 업체들 매물로 쏟아져
M&A 활성화…국내업체에도 기회
  • [05월06일 09:0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서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주요 대형사들의 성장전략상 앞으로 M&A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덩치를 키우지 못하면 도태되는,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지난달초 미국 페덱스(FedEx)는 네덜란드 물류업체 TNT익스프레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가격은 48억달러(한화 약 5조2526억원)였다. TNT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매출이 약 67억유로에 달하는 대형 물류업체다. 유럽 특송시장 점유율 3위(11%)업체로, 소형 화물운송에 강점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럽 네트워크가 약했던 페덱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유럽에서의 존재감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얼마 후인 지난달 28일에는 미국 물류업체 XPO로지스틱스가 프랑스 노어베르 덴트레상글(Norbert Dentressangle)을 32억4000만유로(약 3조79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새 주인이 결정된 싱가포르 APL로지스틱스(1조3000억원)와 호주 톨홀딩스(5조6000억원)에 이어 대형 M&A가 줄을 잇는 모습이다.

    영업지역 및 고객을 늘리며 성장하는 물류업 특성상 M&A는 늘 업체들의 성장전략 수단 중 하나였다. 특히 대형 물류업체들의 해외진출 과정에서 많이 이뤄지곤 했다. 글로벌 1~3위 업체인 도이치포스트DHL, UPS, 페덱스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모두 M&A 통해 해외로 영업범위를 넓히고,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DHL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편과 국제특송 비중이 컸다. 2000년대 들어 20여건의 M&A를 진행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됐다. 포워딩 및 3자 물류사업까지 거느리며 매출을 3배 이상 늘렸다. 수익성 또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 M&A 자체가 낯선 현상은 아니다. 다만 M&A가 이뤄지는 양상이 바뀐 모습이다. 최근 각 업체들이 종합물류사업을 내세우면서 운송수단별 영역구분이 희미해져가고 있다. 특히 해운사들이 해상운송 외에도 포워딩이나 창고 임대 등 물류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상위업체 15곳 중 5곳이 해운사다.

    경쟁은 한층 강화됐다. 이 때문에 운송단가는 떨어지는 추세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물류비를 절감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TNT익스프레스만 해도 지난해 8600만유로의 영업적자를 냈을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다. 갈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가 중요해지고, 이를 노리고 M&A에 뛰어드는 업체도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형사들은 경제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는 중남미·아시아 등 신흥국에 진출하기 위해 M&A를 시도하기도 한다. 페덱스는 최근 4년간 인도 AFL, 멕시코 멀티팩(MultiPack), 브라질 라피다오 코메타(Rapida Cometa) 등 신흥국 물류업체를 꾸준히 인수해왔다. 다만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몇몇 국가는 아직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관계로 M&A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체들은 일단 현지법인이나 합작법인을 세워 해당국가로 진출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제조업처럼 물건을 수출하는 사업이 아니기에 해당지역 경제성장이 꺾이면 더 경쟁이 심해진다”며 “여기서 살아남는 업체들이 해외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마진 상품 운송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M&A에 나서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제약·헬스케어·신선제품 물류에 특화된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가 주로 운반하는 물건들의 경우 세심한 온도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진이 높은 편이다. UPS는 지난 4년간 이탈리아 피에페(Pieffe) 그룹, 헝가리 CEMELOG, 영국 폴라 스피드, 폴란드 폴트라프(Poltraf) 등을 인수하며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민지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백신이나 혈청 같은 의약품 물류는 마진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투자여력이 있는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된 상태에서 업계내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업체들은 성장동력을 모색하며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물류업계에선 한동안 이와 같은 양상이 펼쳐지면서, CJ대한통운이나 현대글로비스 등 국내업체들에게도 좀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성장 국면에서 기업들이 물류비를 더욱 절감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도태되는 업체들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며 “앞으로도 규모가 큰 거래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