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A 기회는 열렸는데…웃을 수 없는 'CJ대한통운'
입력 15.05.22 07:02|수정 15.07.22 14:22
[Invest Chosun]
자금력 갖춘 일본업체와 경쟁
1조원 규모 자사주론 베팅 안 돼
오너 장기 부재가 최대 걸림돌
  • [05월08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국내업체들의 사업확장 기회도 늘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오래 전부터 M&A를 성장전략의 한 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M&A 시장에서 경쟁상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자금동원력이 강한 일본업체들이 경쟁자로 급부상한 상태다. 국내 물류업계의 대표주자격인 CJ대한통운조차 가격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크다. 

    CJ대한통운이 해외 M&A를 통한 성장계획을 밝힌 지는 오래다. 회사는 2020년까지 해외 M&A 및 인프라투자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외 매출비중 50%, 해외 네트워크 200개 이상의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회사는 주요 대기업 물류계열사와 달리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작은 편이다. 이 때문에 화주를 늘려 영업범위를 넓혀가는 성장전략을 추구해왔다. 최근 국내경기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고수익을 창출할만한 해외시장을 개척할 필요성도 커졌다. 현대자동차그룹 물량이 상당한 현대글로비스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캡티브(captive) 물량이 부족한 업체들이 화주들을 유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M&A"라면서 ”CJ대한통운이 해외 M&A를 추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공백 이후 다소 주춤했으나, 올초 양승석 대표이사의 취임 후 다시 M&A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싱가포르 물류업체인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 참여한 데 이어, 현재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전에도 명함을 내민 상태다. 국내 주요사업들의 실적이 안정화되면서, 해외투자를 진행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 회사 내부에선 일찍이 M&A 전담부서를 두고 지속적으로 매물을 물색 중이다. 주로 자동차·의약품·IT 관련 물류사업에 관심이 많다. 과거 UTI월드와이드(자동차)와 용마로직스(의약품) 인수를 추진한 것과 현대차 출신인 양 대표를 영입한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회사는 이들 물류사업과 관련해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싸움이다. 업체간 인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금동원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일본업체들이 엔화 약세와 저금리를 등에 업고 과감한 베팅을 하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의 올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37억원이다. 경쟁자들과 비교해 자금동원력에서 떨어지는 편이다.

    1조원 규모의 자사주가 핵심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평가를 받긴 했다. 다만 “자사주 규모가 결국 회사가 베팅할 수 있는 최대금액”이란 평가도 동시에 받아왔다. 특히 APL로지스틱스 인수 실패 후 이 같은 시각이 더 굳어졌다. 회사가 원하는 매물을 적당한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활용해 M&A를 추진하려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해서 가격을 써낼 가능성은 낮다”며 “사실상 가격싸움인 M&A에서 회사 계획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회장의 부재 장기화도 부담요인이다.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경우, 과감한 베팅이 필요할 수 있는데 결정권을 쥔 오너의 부재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CJ그룹 관계자는 “APL로지스틱스 인수에 실패한 것도 결국 가격차이였다”며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쉽게 큰 돈을 쓴다고 결정하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또 다시 일본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이번 결과가 회사의 M&A 전략에 대한 시장 평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