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원망(?)스럽기만 한 SK
입력 15.06.26 10:05|수정 15.06.26 10:05
[Invest Chosun]
삼성물산-엘리엇 사태로 SK-SK C&C 합병에 부정적 여론 커질까 우려
  • [06월26일 09:5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SK그룹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 매각이 무산된 데 이어 SK㈜와 SK C&C의 합병이 부각되면서 '대기업 오너를 위한 합병'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야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연히 그룹 안팎에선 이런 논란을 야기한 삼성그룹을 원망스러워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6일 10시부터 시작된 주주총회로 확정되는 SK㈜와 SK C&C 합병은 당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장에선 무난하게 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심지어 박정호 SK C&C 사장의 취임 이후 첫 성과라는 호평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 SK그룹은 그간 두 회사의 합병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고, 다른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작업들도 두 회사의 합병 전까지는 추진하지 말라는 지시가 나올 정도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SK가 지주사를 사업형지주사로 만들어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하게끔 하려고 했고 최태원 회장이 일선에 복귀하게 되면 바로 그 구조가 돌아가도록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추진된 삼성그룹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반대하고 나서부터다.

    엘리엇 사태가 확산되면서 시장에선 대기업내 계열사간 합병의 '명분'에 관심을 보였다. 자연히 SK㈜와 SK C&C거래에 대한 주목도도 올라갔다. 테마는 "대기업 오너를 위한 거래를 추진해 소액주주들이나 기관투자가의 주주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점이다.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이 와중에 국민연금이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한터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향방을 결정할 캐스팅 보트 역할을 떠맡게 됐다. 이런 국민연금이 동시에 SK㈜와 SK C&C의 주주이기도 하다보니 어떤 판단을 내릴지 시장은 주목했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24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합병비율과 자사주소각 시점 등을 볼 때 SK㈜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이 SK 계열사간 합병을 반대한 것은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성사가능성이 높은 거래라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삼성그룹의 경우와 달리, 두 회사에 대한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매우 높다보니 합병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합병에 문제가 있다'는 공식의견을 내놓았다. 일단 두 회사간의 합병은 큰 무리없이 성사됐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SK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다시 생길까 하는 점은 고민이다. 자연히 SK그룹 안팎에선 삼성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의 엘리엇 사태만 없었다면 SK㈜와 SK C&C의 합병에서 잡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SK㈜와 SK C&C 합병은 그룹의 미래를 위해 가장 시급한 조치였고 그만큼 야심차게 준비한 사안"이라며 "아무런 문제없이 잘 마무리 될 것 이라고 봤는데 예상치 못한 엘리엇 사태로 불똥을 맞으면서 시끄러워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SK그룹은 SK루브리컨츠 매각 협상도 무산되면서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룹 내부의 의견불일치와 잡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올해 SK그룹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SK㈜-SK C&C 합병도, SK루브리컨츠의 처리도 아닌 최태원 회장의 복귀"라며 "엘리엇 사태로 재벌의 승계 작업 또는 지배력 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SK그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