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 M&A 場 열리지만…에너지 전문가 없는 국내 현실
입력 15.07.01 08:00|수정 15.07.01 08:00
[구조조정 돌입한 에너지업계]⑤
해외 자원개발 비리 터지며 그나마 있던 인력도 축소될 우려
유가 하락에 금융권 투자 분위기도 '시들'
  • [06월25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글로벌 에너지 업계가 인수합병(M&A)으로 분주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력이 없는데다가 이를 추진할 '에너지 전문가'마저 없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있던 전문가 그룹도 해외자원개발 비리 사태로 축소될 위기다. 중장기 안목을 가지고 에너지 및 자원개발부분 M&A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는 관련업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지각변동은 저유가 기조로 비롯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면서 동시에  자산매각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형 M&A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반면 국내 상황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힘들게 쌓은 노하우를 한창 발휘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투자가 축소되는 위기에 처했다.

    그간 해외 에너지 관련 투자는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은 4~5년 전부터 해외자원개발·M&A에 활발했다. 석유공사를 비롯해 에너지 공기업들은 비록 사내에 전문가 그룹을 두지는 못해도 글로벌 투자은행 등에 위임해서 사업을 진행해 왔다. 과거보단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노하우(Know-how)를 습득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비리 사태로 귀결됐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공기업 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문 해외투자 규모 자체가 축소됐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그나마 쌓아올린 인력풀(pool)이 축소된다는 점이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교수는 "에너지 개발분야는 초기 학습비용이 큰 사업인데, 지난 정권의 잘못으로 사실상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힘들게 쌓은 경험과 지식마저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민간부문 활동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민간분야 자원개발은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선두 업체인 SK이노베이션 정도가 몇 년 전부터 해외자산을 매입해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에너지 개발 분야의 전문인력을 키우고 있으며, 현재 100여명 정도의 인력이 국내와 미국의 휴스턴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지질·금융·회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요하다 보니 인력을 키워내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우인터내셔널 정도가 자원개발에 관심을 가지며 인력을 키워왔다. 오랜 기간 공들인 미얀마 가스전 개발이 성공한 덕분. 다만 삼성물산은 자원개발 분야 규모가 작고, 관련해서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진 않은 상황이다.

    한때 금융업계에서 에너지 펀드 붐이 일기도 했으나 이 부문도 인력이 이탈하는 추세다. 고유가 시절 진행했던 투자 수익성이 유가 하락으로 추락하면서 자금 유입이 줄어든 탓이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는 인력의 출신은 크게 상사에서 온 인력과 회계 등 금융 분야 인력으로 나뉜다"며 "저유가와 해외자원개발 비리 등으로 인기가 시들하면서 다른 분야로 이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실기'(失機)를 우려한다. 마침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들썩하는 기회가 왔는데 정작 이 시기에 한국만 뒷걸음 치는 모양새여서다. 어쨌든 간신히 싹을 틔우기 시작한 에너지 부문 투자의 성과가 채 발현되기도 전에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앞으로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도 꾸준히 해외자원개발 및 M&A를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수출 효자 분야였던 정유·석유화학 분야가 향후 5년 내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정우진 교수는 "에너지 사업이 규모가 크다 보니 누군가 끌어줘야 하지만 정부, 민간 모두 힘든 상황이라 애써 키워 놓은 인력마저 이탈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과거에 너무 얽매이기 보단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인력 양성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