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채널 강화하면 본질 흔들려"…신세계·롯데, 모바일커머스 대응 딜레마
입력 15.07.02 08:03|수정 15.07.22 14:28
[Invest Chosun]
[모바일커머스 향후 전망, 전문가에게 듣는다]③
직접 매장 구축효과 우려…부동산 가치 하락해 기업 가치 부정적
"오프라인부터 강화하자"…이마트, 일산에 '이마트 타운' 개장
"온라인·모바일 시장 가치 알아도 대기업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 어려워"
  • [06월25일 16:0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국내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온라인 시장 개척에 미온적이다.

    온라인·모바일 유통 시장이 부상하며 경쟁업체는 많아졌는데, 대기업은 온라인을 강화하자니 백화점·대형마트 매출 하락을 우려해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결제시스템,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축 등 할 일은 많은데 사업을 추진할 콘트롤타워도 없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에선 신세계·롯데 등이 대량 매입에 의한 가격 경쟁력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하는 지마켓(이베이코리아)과 같은 오픈마켓, 쿠팡·티몬 등 무점포에 기반한 모바일 커머스 업체들이 성장하면서다. 이들은 오프라인 점포가 필요없어 임차료, 인건비 등 비용이 들지 않는다. 모바일커머스 업체들은 선매입이나 직매입 비중을 늘리면서 가격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 유통 대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지만 내수시장 침체 등으로 실적이 부진하다. 특히, 대형마트는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신규 점포 출점수가 제자리 걸음이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들은 온라인·오프라인 시장 양쪽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 시장 잠식)이 가장 큰 문제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다가 자칫 기존 오프라인 점포 매출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점포라면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고 결국 전체적인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 유통기업에 온라인 강화는 제살을 깎아먹는 사업일 수 있고 실익도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현재 대형 유통기업들이 갖고 있는 딜레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이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다면 고객이 백화점·마트를 찾을 이유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온라인에만 신경쓸 수 없지만, 모바일커머스 사업자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없어서 가격경쟁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유통 대기업들은 오프라인 채널 강화에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 신경쓰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 사업 '트레이더스', 자체브랜드 상품인 '피코크'(peacock) 강화 등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그룹 내 오프라인 점포에 연계하고 있다. 해외 사업은 축소했다. 1997년부터 중국에 이마트를 진출시켜 이마트를 23개점까지 늘렸지만 올해 9곳까지 줄였다.

    한 증권사 유통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현금흐름 내주는 오프라인 상점의 절대적인 매출·영업이익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며 "신세계가 2010년부터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편의점 위드미 등 새로운 오프라인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것도 꾸준한 매출을 내는 캐시카우(cash cow)인 이마트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처럼 피코크라는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면 브랜드를 독점 효과로 다른 유통기업과 가격 경쟁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실험단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신세계가 세운 피코크 올해 목표 매출이 2000억원대 수준이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옴니채널'을 화두로 제시했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채널 구축이 모토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활용 ▲IT에 기반한 마케팅 및 세일즈 ▲고객경헙 업그레이드 등을 전략과제로 삼았다. 롯데그룹 내 미래전략실, 옴니채널전담부서 등이 이를 연구 중이다.

    롯데그룹의 옴니채널 구현 사례는 롯데백화점의 스마트폰용 쿠폰북 앱(app) 출시, 온라인 픽업 전용데스크 설치, 온라인 롯데마트몰 리뉴얼 오픈 등이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옴니채널은 주요 유통사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닷컴 등이 공동으로 협의해 추진하는 사안"이라며 "온라인 배송센터 구축이나 모바일 결제기반 구축 등은 추진하고 있는 실행 과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유통 애널리스트는 "롯데가 추진하는 옴니채널은 가격을 동일화하고, 고객의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해외 유통업체로부터 시작된 트렌드로 얼마나 실적 향상과 집객에 도움될지는 미지수"라며 "롯데는 해외 점포 확장, 국내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 출점, 롯데닷컴 운영 등 안 하는 사업이 없지만 전략적 구심점이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이 모바일 유통시장이 성장하면서 온라인과 모바일 유통시장 통합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유통망이 많기 때문에 통일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결제시스템 구축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유통 채널과 사업부가 있는 대기업 특성상 온라인·모바일 시장에 발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평이다.

    신세계는 지난 5월 자회사 신세계페이먼츠를 통해 자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는 간편결제 서비스 개발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은 그룹 내 사업부가 모바일, 마트, 백화점 등 다양하기 때문에 급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의 가치를 알더라도 어느 한쪽에 힘을 쏟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 대형 유통기업 관계자는 "신세계와 롯데 등이 온라인 강화를 한다고 하지만 그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쿠팡이나 티몬 등의 성장에 대한 대책은 소비자와 신뢰를 계속해서 쌓아가는 것 말고는 딱히 눈에 보이는 게 없다"고 전했다.

    특별 취재팀=황은재 팀장, 이재영·이서윤·위상호·한지웅·박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