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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수천명의 종업원들이 마음에 걸렸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5일 기업설명회(IR)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 이유에 대해 이와 같이 답변했다. 종업원 개인에게 '실직'은 얼마나 큰 불행이겠느냐는 설명이다.
권 회장의 발언에 투자자들은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쇄신안이 발표됐지만, 포스코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포스코는 2분기 순이익이 1174억원에 그쳤다. IR에서 실적부진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권회장의 발표 내용이었다.
포스코는 '국내 계열사 50%·해외 사업장 30%'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IR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은 그간 진행된 구조조정 상황과 향후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권오준 회장은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을 내놓고 구체적 계획에 대해선 말을 흐리는 등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답변을 내놨다.
특히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에 종업원들과 해당 지역사회(지방자치단체) 등이 마음에 걸렸다는 발언은 시장 관계자들의 큰 반발을 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부실 계열사 직원은 '식구'고, 포스코의 주주·투자자들, 더 나아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돈을 붓는 국민들은 '남'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포스코그룹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데는 철강시황 부진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권오준 회장의 무능한 경영실책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12월 포스코플랜텍에 유상증자를 통해 2900억원을 지원했다. 이후 반년만에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이 결정됐다. 수천억원의 자금지원이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 결정 이후 타계열사 신용등급도 줄줄이 떨어져 해당기업 채권투자자들에 손실을 안겼고 그룹 신뢰도가 상당히 훼손됐다.
권 회장 취임 이후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포스코는 한국기업평가에 의해 최고 신용등급(AAA)을 상실했다. 이후 1년간 재무구조 개선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유효 신용등급이 AA+로 강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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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도 취임 후 몇 개월간 상승세를 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최고점(36만3500원)을 찍었다. 이후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계열사 비리문제·계열사 알짜 사업군 매각문제·임원 항명사태 등 일련의 사태가 이어지며 현재 주가는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제식구 감싸기', '공기업 마인드' 등은 포스코그룹의 경영쇄신을 막는 요인이다. 올해 세아그룹에 편입된 포스코특수강의 실적 반등은 포스코의 경영 한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포스코특수강(現 세아창원특수강)은 포스코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세아그룹에 올해 1분기 매각됐다. 포스코특수강의 현금창출능력은 2011년 1600억원 수준에서 매각직전인 2014년 28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포스코특수강은 세아그룹에 편입된 지 단 1분기만에 영업이익 200억원 이상 실적을 기록하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의 방만한 경영상황과 임직원들의 고질적인 '공기업 마인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회사의 한 임원은 "권 회장이 취임한 뒤 발표한 구조조정 내용들을 보면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줄이는 가장 초보적인 방법들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뼈를 깎는 노력없이 이런 행동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제대로 된 대주주가 없는 회사의 회장이 자기 손에 피를 안 묻히려 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경영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법인 수 몇 개를 줄이고, 일부 임원들 월급을 삭감하는 수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이런 구조조정 만으로 포스코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이다. 시장은 '작은 온정주의가 후일 더 큰 피해와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포스코에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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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07월21일 18:58 게재]
[Invest Column]
권오준 포스코 회장 발언에 "부적절했다" 반응 이어져
"포스코, 주인없는 회사의 한계 여실히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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