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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에는 사업 구조조정, 그룹내 포트폴리오 재배열이 화두입니다. 지난 해에는 동부·한진·현대가 생존을 건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올해는 삼성·SK·포스코·한화 등 상위그룹이 이 작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 시장의 환대를 받은 구조조정은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향후 성장스토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지난 17일 주주총회로 통과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의 경우.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럼에도 삼성은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삼성은 한 달 이상을 엘리엇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진땀을 흘렸습니다. 물론 대외적으로 드러난 이슈는 합병비율 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합병 후 청사진 제시에 소홀한 것이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증권업계에선 “엘리엇 사태가 터지고나서야 CEO 간담회와 바이오사업 관련 투어를 부랴부랴 만드는 등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 많았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실패 사례를 겪었음에도 불구, 유사한 일이 벌어진 것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의 문제”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단 삼성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포스코도 권오준 회장 취임 후 철강업에 집중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왔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이 와중에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자금지원이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두고 벌어진 경영진 내부갈등 등으로 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포스코의 주가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포스코 역시 투자자들이 선뜻 수긍할 만한 새로운 밑그림이 뚜렷하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해 동부·한진·현대그룹이 구조조정에 한창일 때도 이 문제는 언급되었습니다.
동부만 해도 상황이 악화될 때까지 구조조정을 미루다, 뒤늦게 주요 계열사들을 차례로 매각 중입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금융계열사만이 남게 됩니다. 앞으로를 좌우할 성장전략을 바탕으로 사전 구조조정에 나섰다면 과연 이 정도로 타격을 받았겠느냐는 평가가 줄을 잇습니다.
한진과 현대의 경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주요 사업부(벌크선·LNG선)와 자산(항만터미널) 등 '알짜'를 연이어 매각했습니다.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같은 질문이 나옵니다. "그 다음에는 앞으로 뭘 먹고 사느냐”는 겁니다.
이 시간에 머스크라인(Maersk line)을 비롯한 글로벌 선도기업은 친환경선박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도입해 이들과의 격차를 벌려가고 있습니다. 회계법인의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머스크는 터미널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많이 갖고 있어, 매년 7%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낼 정도로 수익성이 좋다”고 비교합니다. 그만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한화그룹이 우호적인 시선을 받는 편입니다. 한화는 지난 2년간 사업 구조조정과 빅딜(Big Deal) 등을 통해 '키울 사업'과 '정리할 사업'을 뚜렷이 했습니다. 물론 새 주력사업에서 현금을 많이 벌어들이느냐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사안입니다. 그래도 시장 분위기는 꽤 긍정적으로 돌아섰습니다.
SK그룹도 성장전략을 선보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SK C&C와 SK㈜의 합병을 앞두고 CEO 간담회나 신사업 계획 발표 등을 통해 기업가치 향상 방안들을 꾸준히 밝혀왔습니다. 삼성의 엘리엇 사태를 지켜본 SK는 시장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 또한 2018년까지 기업가치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SK C&C와 SK㈜의 합병은 오래 전부터 예상한 시나리오였고,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와도 같은 방향”이라며 “그럼에도 SK는 시장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구체적인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 그리고 발빠른 실행력은 오랫동안 강조돼 온 덕목이었습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구조조정을 통해 그리는 그룹의 미래비전과 성장스토리가 나와야 투자자와 업계의 신뢰가 높아지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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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07월20일 18:13 게재]
[Invest Chosun][Invest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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