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실사 관전포인트 '언제·누가 원가 상승 인지했나'
입력 15.07.29 07:00|수정 15.07.29 09:37
미청구공사 급증, '예정원가 낮게 잡아 실적 늘렸나' 의혹
회계기준상 예상손실 즉각 반영해야…'손실 인식 시점' 중요
예정원가 회계 반영이 핵심인데 産銀출신 CFO 정말 몰랐나 '쟁점'
  • 대우조선해양 정밀실사의 관전포인트는 '부실의 규모' 외에도 '언제·누가, 원가가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걸 인지했느냐'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가 정말 분식회계였는지 가릴 잣대이기 때문이다. 전 경영진과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간 책임 공방의 결론도 여기에 달려있다.

    ◇ 미청구공사 급증, '공사 기간 증가?' '매출 위한 예정원가 축소?'

    대우조선해양 재무 부실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급증한 미청구공사다. 미청구공사란 이미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발주사에 청구를 하지 못한 대금이다. 2012년 3조3550억여원이었던 미청구공사 규모는 올 1분기 9조4150억여원 급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9조원이 넘는 매출액과 매출에 따른 이익을 회계장부에 반영해놓고도 대금을 받고 있지 못했다는 뜻이다.

  • 미청구공사는 대부분 해양플랜트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26척의 해양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미청구공사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크게 ▲공사 기간이 예정보다 늘어났을 가능성 ▲진행률을 높이기 위해 예정원가를 작게 설정했을 가능성 ▲공사가 중지돼 청구가 불가능한 상태일 가능성 ▲가공매출 가능성 등이 꼽힌다.

    만약 진행률을 높이기 위해 예정원가를 낮게 설정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거라는 지적이다. 예정원가를 낮게 설정하면 그만큼 공사가 빠르게, 많이 매출액 및 매출이익으로 반영된다. 이는 전 경영진이 연임을 위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과 맥이 닿는다. 가공매출이라면 의심할 여지 없는 분식회계다. 이 점은 회계감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발주사들이 인도를 미루고, 예상보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며 생긴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선수금으로 대금의 10%만 받고 인도시 50% 이상을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에서 미청구공사 급증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올 초까지만 해도 재무 개선을 위해 제때에 '인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경영진과 함께 논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적정 시점에 '공사손실충당부채' 반영 안해 2兆 손실

    공사손실충당부채를 장부에 적게 반영했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예상 손실을 공사손실충당부채로 털어내는 빅베쓰(Big-bath)를 진행했다.

  • 현행 기업회계기준에서는 공사 계약과 관련해 '향후 손실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예상손실을 즉시 공사손실충당부채로 인식해 원가에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 반영할 예상 손실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는 건 그간 예상손실을 충분히 장부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사를 진행하며 부득이하게 원가가 추가로 발생했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송가프로젝트를 비롯해 인도 시점 직전에 손실이 인식되는 구조가 많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대우조선해양이 조금씩 예정원가를 올려 손실에 대비해왔다는 입장이다. 그간 발표한 실적에 원가 상승분과 대금을 못 받게 된 공사의 상각분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수주 시점에 저가수주임을 알고 있었지만 총 예정원가를 줄였거나, 공사를 진행하면서 '완공까지의 추가소요원가'를 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지적도나온다. 분식회계에 해당한다.

    결국 의혹은 손실 가능성을 '언제' 인식했느냐로 모아진다. 실사 과정에서 인식 시점을 밝혀내고, 해당 시점에 왜 적절한 예정원가와 공사손실충당부채를 반영하지 않았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누가' 인식했는지도 중요하다.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김갑중 부사장이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김갑중 부사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회계관리를 위해 파견된 인사다. 예정원가 등 회계장부에서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김 전 부사장이 인지했는지 여부는 산업은행 책임론의 중요한 쟁점이다.

    대우조선해양 실사는 2달 정도 진행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자본확충 지원·비핵심자산 매각·부실 자회사 정리 등 구조조정안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