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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정밀실사의 관전포인트는 '부실의 규모' 외에도 '언제·누가, 원가가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걸 인지했느냐'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가 정말 분식회계였는지 가릴 잣대이기 때문이다. 전 경영진과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간 책임 공방의 결론도 여기에 달려있다.
◇ 미청구공사 급증, '공사 기간 증가?' '매출 위한 예정원가 축소?'
대우조선해양 재무 부실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급증한 미청구공사다. 미청구공사란 이미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발주사에 청구를 하지 못한 대금이다. 2012년 3조3550억여원이었던 미청구공사 규모는 올 1분기 9조4150억여원 급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9조원이 넘는 매출액과 매출에 따른 이익을 회계장부에 반영해놓고도 대금을 받고 있지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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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청구공사는 대부분 해양플랜트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26척의 해양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미청구공사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크게 ▲공사 기간이 예정보다 늘어났을 가능성 ▲진행률을 높이기 위해 예정원가를 작게 설정했을 가능성 ▲공사가 중지돼 청구가 불가능한 상태일 가능성 ▲가공매출 가능성 등이 꼽힌다.
만약 진행률을 높이기 위해 예정원가를 낮게 설정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거라는 지적이다. 예정원가를 낮게 설정하면 그만큼 공사가 빠르게, 많이 매출액 및 매출이익으로 반영된다. 이는 전 경영진이 연임을 위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과 맥이 닿는다. 가공매출이라면 의심할 여지 없는 분식회계다. 이 점은 회계감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발주사들이 인도를 미루고, 예상보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며 생긴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선수금으로 대금의 10%만 받고 인도시 50% 이상을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에서 미청구공사 급증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올 초까지만 해도 재무 개선을 위해 제때에 '인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경영진과 함께 논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적정 시점에 '공사손실충당부채' 반영 안해 2兆 손실
공사손실충당부채를 장부에 적게 반영했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예상 손실을 공사손실충당부채로 털어내는 빅베쓰(Big-bath)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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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기업회계기준에서는 공사 계약과 관련해 '향후 손실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예상손실을 즉시 공사손실충당부채로 인식해 원가에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 반영할 예상 손실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는 건 그간 예상손실을 충분히 장부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사를 진행하며 부득이하게 원가가 추가로 발생했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송가프로젝트를 비롯해 인도 시점 직전에 손실이 인식되는 구조가 많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대우조선해양이 조금씩 예정원가를 올려 손실에 대비해왔다는 입장이다. 그간 발표한 실적에 원가 상승분과 대금을 못 받게 된 공사의 상각분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수주 시점에 저가수주임을 알고 있었지만 총 예정원가를 줄였거나, 공사를 진행하면서 '완공까지의 추가소요원가'를 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지적도나온다. 분식회계에 해당한다.
결국 의혹은 손실 가능성을 '언제' 인식했느냐로 모아진다. 실사 과정에서 인식 시점을 밝혀내고, 해당 시점에 왜 적절한 예정원가와 공사손실충당부채를 반영하지 않았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누가' 인식했는지도 중요하다.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김갑중 부사장이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김갑중 부사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회계관리를 위해 파견된 인사다. 예정원가 등 회계장부에서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김 전 부사장이 인지했는지 여부는 산업은행 책임론의 중요한 쟁점이다.
대우조선해양 실사는 2달 정도 진행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자본확충 지원·비핵심자산 매각·부실 자회사 정리 등 구조조정안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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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07월23일 14:22 게재]
미청구공사 급증, '예정원가 낮게 잡아 실적 늘렸나' 의혹
회계기준상 예상손실 즉각 반영해야…'손실 인식 시점' 중요
예정원가 회계 반영이 핵심인데 産銀출신 CFO 정말 몰랐나 '쟁점'
회계기준상 예상손실 즉각 반영해야…'손실 인식 시점' 중요
예정원가 회계 반영이 핵심인데 産銀출신 CFO 정말 몰랐나 '쟁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