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 무엇이냐"…투자자에게 뭇매 맞은 LG전자 경영진
입력 15.07.30 07:00|수정 15.07.31 09:28
기업설명회 내내 중장기 전략을 묻는 질문 쏟아져
LG전자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
  • LG전자 기업설명회(IR) 분위기는 불과 일 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G3’ 흥행에 기관투자가들과 웃으며 악수를 하던 모습은 오간데 없었다. 경영진은 날카로운 질문에 답변하느라 설명회 내내 진땀을 흘렸다. 투자자들은 맹렬하게 몰아세웠다.

    29일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LG전자 기업설명회(IR)에는 100여명 남짓한 기관투자자들이 모였다. 지난해보다 한산했다. 이들의 관심은 LG전자 실적이 아니었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 하는 중장기 전략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질문은 실적이 부진했던 TV와 휴대폰 부문이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TV와 휴대폰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상황을 탓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TV의 부진이 비단 LG전자만의 상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휴대폰은 아이폰6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정준 JP모간 전무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박 전무는 “주가가 70% 떨어졌다”며 “이는 LG전자를 시장이 70% 낮게 본다는 것인데, LG전자의 전략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회사가 추구하는 기존의 하이엔드 브랜드 이미지 전략이 아직도 유효하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답변했다.

    중국 제품 대비 경쟁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유창연 BNP파리바 리서치 센터장은 화웨이 대비 LG전자의 근원적 경쟁 포인트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LG전자는 “중국 제품들이 선진시장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진단하며,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의미있는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선진 시장에선 중국 제품 대비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투자자들의 질문 세례 직후 LG전자 경영진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날 경영진의 퇴장에도 자리를 지킨 산지브 라나(Sanjeev Rana) CLSA 연구원은 “LG전자에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떻게 중장기 전략을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