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주춤했던 전기차 배터리에 승부수
입력 15.07.30 10:00|수정 15.07.30 09:13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공장 르포]
저조한 수익성·합작법인 청산 등으로 한때 구조조정 후보로 거론
고객사 주문 대폭 증가해 생산설비 증설…매출 4배 이상 증가할 전망
합작법인 통해 중국시장 확대…2017년 현지 1위 전기차 배터리社 목표
  • 지난해까지만 해도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사업은 험난했다. 적자가 이어진 와중에 독일 콘티넨탈(Continental)과의 합작관계마저 청산됐다. 경쟁사인 LG화학과 삼성SDI에 비해 투자도 미진했다. 업계에선 종종 구조조정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올해는 다르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전기차용 배터리공장 증설을 단행했다. 중국 합작법인을 통해 2년 후 중국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로 거듭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회사가 현재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걸 감안하면,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충청남도 서산 오토밸리에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전지 조립동(Battery Assembly)에선 생산작업이 한창이었다. 얇은 알루미늄판과 구리판을 쌓아 만든 반제품 배터리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신속하게 이동한다. 활물질을 겉에 발라 전류가 흐르도록 만든 금속판이다.

    반제품 전지들은 곧바로 알루미늄 포장지에 밀봉된다. 포장된 전지들은 세로로 세워진다. 또 다른 기계가 노즐을 통해 전해액을 주입한다. 이로써 전류가 흐를 수 있는 기본조건이 갖춰졌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출발인 배터리 셀(Cell)의 탄생 과정이다. 태블릿PC 한 대만한 배터리셀 192개가 모이면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쏘울(Soul) 한 대를 움직일 수 있는 배터리 팩(Pack)이 된다.

  • 이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는 증설이 완료되면서 한층 분주해진 모습이다. 서산공장은 현재 연 700MW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전기차 3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기존 대전 글로벌테크놀로지(GT)의 생산능력(100MWh)까지 포함하면 회사의 총 생산능력은 800MWh 규모다.

    현대·기아차, 베이징자동차 등 고객사들의 주문이 늘어난 것이 증설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전기차 3000대 규모의 배터리를 요청했으나, 올해는 공급량을 1만대 정도로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전기차 2만대가량에 탑재할 배터리를 고객사들에 공급할 예정이다. 매출은 공급량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석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장은 "회사의 재무상태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판단하에 증설을 결정했다"며 "그만큼 전기차시장의 성장성과 회사의 기술력에 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중국시장을 확대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월 베이징전공·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해 배터리팩을 제조하는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이 합작법인을 통해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BAIC EV210과 BAIC ES210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현지 자동차업체에 하이브리드(Hybrid) 버스용 배터리 공급을 추진 중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자 생산국이다. 하지만 기술력 확보 문제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만한 제품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존 내연기관 기반의 자동차 대신 전기차 개발에 집중, 미래 자동차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가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PHEV)와 순수전기차(BEV)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배경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정황상 2020년까지 중국시장에 전기차 약 500만대(누적기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는 합작법인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통해 2017년 중국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유석 부장은 "5년 후에는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국내업체 중 가장 먼저 배터리팩 공장을 중국에 세웠다"며 "현재 중국에 배터리셀 생산거점을 두는 것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