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위 올라선 화웨이 vs '생존'을 걱정하는 LG전자
입력 15.08.04 07:00|수정 15.08.04 08:57
화웨이,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3위로 부상
美·中 제외한 해외시장에서도 판매량 대폭 늘려
LG전자 휴대폰사업 2분기 영업이익 2억원…등돌린 투자자
  •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화웨이'(Huawei)의 질주다.

    올 상반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4820만대.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었다. 특히 해외 판매 물량이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6월 레노버(Lenovo)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자국인 중국과 최대 시장인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6.3%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단순히 물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화웨이는 중저가 위주였던 제품 포트폴리오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화웨이의 3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출하비중은 10% 정도에 그쳤으나, 최근 30% 수준까지 증가했다.

  • 증권업계 관계자는 “2년전에도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이 해외로 확장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봐왔다”며 “이제는 브랜드 장벽에 막혀 부진한 미국시장만 남은 셈”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화웨이의 선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일단 화웨이는 주력인 통신장비 사업만으로도 연간 30조원대의 매출을 올릴만큼 탄탄한 기업이다.  즉 스마트폰사업에서 잠시 부진해도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을 갖췄다.

    기술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2004년부터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AP를 개발하는 등 기술 내재화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통신관련 특허만 2만여건. 다른 중국업체에 비해 특허분쟁으로 골머리를 앓을 부담이 덜하다. 통신장비사업을 바탕으로 한 롱텀에볼루션(LTE) 기술력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중국업체 중 가장 LTE 기술이 앞서 있다”며 “중국시장이 LTE 중심의 질적성장으로 돌입할수록 화웨이의 경쟁력은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LG전자는 위기다.  화웨이에 3위 자리를 내어줬고, 올 2분기 휴대폰사업에서 2억원을 벌었다. 이조차 지난 4월 야심자긴 플래그십 모델 ‘G4’ 출시 후 얻은 결과다. 휴대폰사업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의 2분기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6위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이제 시장은  LG전자의 실적이 아닌, ‘생존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스마트폰 도입 직전 주당 10만원대를 기록했던 회사의 주가는 어느덧 4만원대로 떨어졌다. 각 증권사는 LG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프리미엄 전략에만 계속 집중하면 소니나 HTC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해서 중저가 제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조차 중국업체들한테 밀리는 상황이라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는 얘기다.

    내부 직원들마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 LG전자 직원은 “2011년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 진입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 할 때 우리사주조합으로 받은 주식의 가격이 5만원이었다”며 “‘설마 이때보다 안 좋아질까’하고 주식을 들고 있는데 이제는 팔아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고민은 LG전자가 중국업체들과 비교해서도 부진할 만큼 이렇다할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2분기 실적발표 때도 투자자들의 질문 대다수가 향후 전략에 관한 것이었으나 시원스러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저 제시한 것이 LG전자는 현재의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정도. 투자자들은 또 한번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해외 기관투자자는 “모바일 영업이익이 2억원인데, 이전의 전략을 고수한다는 것은 침몰하는 배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