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많아진 CJ대한통운, 중요성 커진 非택배사업
입력 15.08.17 07:00|수정 15.08.17 07:00
쿠팡·이마트 등 유통업체 물류 투자 늘리며 직접 배송 나서
해외선 택시·편의점 활용한 新배송서비스 등장
"M&A·합작사업 통한 택배外 사업확장 필요"
  • CJ대한통운이 국내 택배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체의 물류사업 진출 등 시장 밖에서 새로운 경쟁요인이 생기고 있다. 시장에선 회사가 추진 중인 해외사업 진출 및 인수·합병(M&A)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CJ대한통운은 올 상반기 모든 사업부의 호조 속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택배사업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22.6%, 매출총이익은 33.4% 증가했다. 몸집은 커진 가운데 수익성도 향상됐다.

    CJ GLS와의 합병체제가 지난해부터 안정화됐고 택배시장 또한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택배시장의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됐다. 지난해 33%였던 택배시장 점유율은 38%로 상승했다. 업계에선 연말에는 42%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음에도 시장의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회사가 새로운 경쟁상황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연이어 물류창고에 투자하면서 직접 배송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곳이 쿠팡이다. 지난해 1500억원을 들여 물류사업에 투자해 현재 8개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올해 로켓배송을 도입해 직접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6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인식이 한층 커졌다.

    이마트도 국내 대형마트 중 최초로 경기도 용인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00억원가량을 투자 중이다. 회사는 2020년까지 서울 및 수도권에 6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GS홈쇼핑도 온라인쇼핑몰인 GS샵이 올해 2000억원을 투자해 모바일 전용 물류센터를 짓고, 자체 배송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인천에 물류센터를 짓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이 속속 자체 배송에 뛰어들면 택배업체들의 성장률 둔화, 경쟁격화, 수익성 하락을 우려할 수 있다”며 “CJ대한통운은 택배사업의 진짜 경쟁력을 하반기부터 테스트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은 아직 이들을 경쟁자로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전체 택배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서다. 현재 배송물량 기준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1% 수준이다. 또한 유통업체의 물류사업 진출이 택배시장 자체의 성장을 도울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오히려 택배시장을 키워 파이가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며 “우리를 비롯한 물류업체들은 시스템을 더 강화해 물동량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택시와 편의점도 경쟁자도 부상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택시 중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Uber)는 사람뿐만 아니라 각종 물건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업계에선 비슷한 사업모델을 지닌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택시를 활용한 배송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일본에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아이홀딩스가 SPA 브랜드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과 업무제휴를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이 유니클로 제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옴니채널을 운영하고, 배송 또한 편의점의 유통망을 활용하게 된다. 세븐일레븐은 일본에 1만8000여개의 편의점을 두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약 40%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기에 이제 택배사업은 과거보다 위험성이 커졌다”며 “당분간은 CJ대한통운 등 택배업체에 투자하는 것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다른 사업들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크다. 이 때문에 현재 CJ대한통운이 추진 중인 M&A, 합작사업,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현재 회사는 대우로지스틱스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상반기 예정이던 중국업체와의 합작법인 설립은 다소 미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릴 요인은 M&A와 합작법인의 성사 여부”라며 “유통업체의 택배 직송체제가 가져올 잠재적 경쟁 등 최근 6개월새 변한 시장 분위기에 적절히 대응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