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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시끄러운 KDB산업은행에 '변양호 신드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금호산업 매각·쌍용양회 경영권 분쟁에 대우증권 매각까지 앞두고 있지만, 이를 책임지고 집행해야 하는 의사결정 라인은 머뭇거리고 있다는 평가다. '변양호 신드롬'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혐의로 구속되며 만들어진 말이다. 공무원들이 책임질만한 결정을 회피하는 모습을 뜻한다.
발단이 된 산업은행의 사건은 지난 6월 송재용 전 산업은행 성장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의 구속이다. 구속의 직접적인 이유는 송 전 부행장이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투자를 했다는 혐의다.
추가로 검찰은 배임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9년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일주일 전 200억원 규모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429억원에 매각했다. 검찰은 송 전 부행장이 매각 이후 지분 가치가 뛰어오를 거라는 사실을 알고도 BW를 매각하도록 지시했고,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산업은행 내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성진지오텍 BW 매각에서 산업은행은 2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고, 내부적으로도 잘 된 거래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잘 끝난 거래를 두고 5년이 지난 시점에 왜 '배임'이라며 문제를 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위축되고 책임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호산업 매각이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이자 채권단 운영위원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협상 당사자이지만, 채권단 내 최대 지분을 가진 미래에셋자산운용에게 협상의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여러번 노출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가격을 논의하는 운영위원회 자리에서 주채권은행으로서 강경한 미래에셋과 다른 채권단을 중재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산업은행은 침묵만을 지켰다"며 "미래에셋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기보단 의견 자체를 개진하는 걸 꺼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보여준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대우조선해양을 관리대상계열로 지정해 정보제공 협약을 맺고 관리해왔다. 전임 고재호 사장 시절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김갑중 부사장으로 산업은행 출신이었고, 현직에 있는 산은 직원들도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이번 부실을 전임 사장이 실적을 위해 의도한 행위로 규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관리 소홀 가능성에 대해 여론의 뭇매가 떨어지자 산업은행 단독 지원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잡긴 했지만, 부실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이르면 9월 시작될 대우증권 매각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보일까 우려하고 있다. 대주주로서 책임있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윗선'의 지시를 기다리며 갈팡질팡하다 매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KDB금융그룹 출신 한 임원급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산업은행은 무언가를 책임지고 추진할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대우증권) 연내 매각 착수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며 "절차에 들어간다 해도 산업은행이 지금처럼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매각이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최근엔 소관위원회나 지역구 측면에서 접점이 없는 한 여당 국회의원이 잇따라 대우조선해양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산업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기도 했다. '결정'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감사원 감사 등 이중삼중으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에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최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심을 잡고 소신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회피에 급급해 결정을 미루다보면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이는 시장에 혼란만 가져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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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8월 09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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