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發 미청구공사 이슈에 긴장하는 은행권
입력 15.08.21 07:02|수정 15.08.21 07:02
수주업종 미청구공사, 신용등급에 영향 미칠지 주목
IFRS9개정안, 향후 발생가능한 손실도 대손충당금 추가해야
  • 은행권이 대우조선해양발(發) 미청구공사 손실 여파에 긴장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수주산업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평가를 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부담도 더해지고 있다. IFRS9(국제회계기준 9: 금융상품 부문)개정안에 향후 발생가능한 손실까지 추가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안이 포함되는 만큼 과도한 미청구공사 항목을 '발생가능한 손실'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 은행권, 신평사 보수적 평가 가능성에 긴장

    은행들은 신평사가 제시한 기업 신용등급을 토대로 은행 내부등급을 정한다. 평가등급에 따라 쌓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달라진다. 신평사들이 조선업종에 대해 보수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은행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IFRS9 개정안이 발표되면 은행들의 신용등급 민감도는 이전보다 커진다. 개정안은 신용등급의 작은 변화도 '유의적 변동'으로 여기고,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신용위험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는 구간은 '정상', '유의적 단계', 손상'으로 구분된다. 신용등급이 채권 발행 및 대출 실행 이후 1~2 노치(notch) 떨어지면 '유의적 단계'로 간주, 기존보다 추가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개정안 적용은 2018년 1월부터지만 은행들은 미리 대비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사 CFO는 "앞으로 도입되는 개정안은 요주의 단계만 가더라도 기존보다 훨씬 높은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요구한다"며 "이를 앞두고 미리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대손충당금 범위 확대안, 미청구공사 포함 여부 주목

    IFRS9개정안에는 '발생 가능한 손실'까지 예상해 대손충당금을 쌓는 안이 포함됐다. 때마침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의 미청구공사를 손실로 반영한 만큼 미청구공사를 '발생 가능한 손실'로 인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여신업무 관계자는 "은행들은 수주업종의 미청구공사에 관련해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데 공감한다"며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어닝쇼크에서 미청구공사로 인한 부실의 상관 관계가 명확해지면 은행들은 향후 내부등급에 미청구공사의 손실 가능성을 당연히 반영하는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발생 가능한 손실'의 범위를 두고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개정안에 대해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안에 발표할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잠재부실이 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IFRS개정안을 금융당국과 함께 논의하고 있는 회계기준원도 기업들의 '발생 가능한 손실'에 매출채권뿐 아니라 미청구공사까지 포함하는 안을 무게있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가 과도한 기업들이 기존보다 하향된 신용등급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부담과 고민은 더욱 증대되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실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금감원을 통해 공동의 기준이 내려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