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투증권 빌딩 매각, 코람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배경 논란
입력 15.08.24 08:35|수정 15.08.27 14:17
하나자산운용 "공모펀드 만기 12월, 거래종결 위험 우선 고려"
코람코자산신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인수희망가 3000억원대 후반
입찰경쟁 운용사들 불만 고조…"가격 요인 더 고려했어야"
  • 하나자산운용이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빌딩을 매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했다. 코람코는 최고가를 제시한 경쟁 후보보다 200억원 정도 낮은 가격을 인수가로 제시했다. 하지만 하나자산운용은 코람코가 정해진 기한 내에 자금을 조달해 인수를 완료할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최고가 매각보다는 거래 종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부동산투자회사들은 임차인 이탈 위험이 낮아 투자자 확보(인수자금 마련)가 어렵지 않다는 점을 하나자산운용이 간과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하나자산운용 "펀드 만기내 매각해야"

    이번 매각 논란과 관련해 하나자산운용은 거래 종결 위험을 최소화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설정한 '다올랜드칩부동산투자신탁1호' 부동산 공모 펀드다. 만기는 올해 12월이다. 공모펀드의 특성상 만기 연장이 어렵기 때문에 연내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하나자산운용 관계자는 "공모펀드로 매각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안 되기 때문에 최고입찰가보다는 매각가격, 향후 수익률 산정, 펀딩 계획 등을 위해선 하나대투증권의 임차확약을 받아오는 것이 더 중요한 거래였다"며 "여의도에서 3.3㎡당 2000만원이 넘는 거래 사례가 없던 터라 펀딩받을 수 있는 시장 적정가격이 얼마나 되느냐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코람코신탁은 건물 주요 임차인인 하나대투증권으로부터 10년간 재임차 확약을 확보하고 입찰에 참여했다.

    ◇매수후보자들 "가격차 커…임차확약서 중요성 낮아"

    일부 입찰 참가자들은 하나대투증권의 재임차확약서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장 높은 가격이 4160억원이었고, 이 뒤로 세 군데 이상의 입찰자들이 4000억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했다"며 "7개 후보 사이에서 4000억원이 안 되는 하위권 가격을 제시한 코람코신탁이 선정된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이 재임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코람코신탁이 받아온 확약서의 가치가 3.3㎡당 수십만원에서 100만원가량 높은 가격보다 우선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하나대투증권이 사옥을 이전하려면 비용도 문제지만, 단기간 내에 현재 사용하는 규모의 빌딩을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나대투증권의 이전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던 터라 코람코신탁의 임차확약서가 주효했던 건지 모르겠다"며 "하나대투증권이 임차확약서를 코람코신탁에 준 이유가 부동산펀드 운용사보단 수탁고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리츠 AMC를 선택한 것이라는 의심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거래 종결 위험 점차 높아져"

    투자용 부동산 거래에서 종결 위험의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우량 자산 매물은 드물고 매입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일단 높은 가격을 인수가로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지만 자금 모집에 실패해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과도한 경쟁입찰로 무리하게 가격을 제시하다가 결국 무산되기도 한다"며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이런 과도한 경쟁을 지적하는 상황이라 매각자들은 거래 종결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