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6개월만에 부회장직 부활…得일까 毒일까
입력 15.08.27 07:00|수정 15.08.27 13:27
김병호 하나은행장·김한조 외환은행장 지주 부회장 내정
양행 화학적 결합 · CEO 승계프로그램 일환 주목
  •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3월 폐지했던 부회장직을 6개월만에 부활시켰다.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에게 각각 부회장직을 맡긴다. 지난 24일 함영주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부행장을 KEB하나은행 통합은행장으로 단독추천하면서 동시에 밝힌 계획이다.

    부회장직 폐지 당시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집중체제 강화 차원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다시 반년 만에 부회장직을 부활한데는 외환은행 노조와의 또 다른 갈등을 피하면서 두 은행의 직원들을 달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은행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면서, 외은 노조는 반대 의사를 표명해 제 2의 갈등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권은 사장직이 없는 하나금융지주에서 부회장직 의미를 무게 있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내 부회장은 일반적으로 회장 및 통합은행장에 비해 실권이 미약하다"며 "하지만 사장직이 없는 하나금융지주 내부에서 부회장직은 '포스트 김정태'(차기 금융지주회장) 후보로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메가뱅크의 탄생인 만큼, 은행의 부족한 역량을 금융지주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함영주 통합은행장 내정자가 국제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국제통'으로 알려진 김병호 행장이 보조를 맞추며 보완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번 부회장직 체제 부활로 김 회장이 새롭게 조직한 CEO 승계프로그램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있다. 각 금융지주사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지주사 모범규준에 따라 CEO 승계프로그램을 갖출 것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부회장직 부활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와 자회사 사이에 의사결정 단계가 많아질수록 알력이 생기기 쉬운 구조"라며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부회장직 부활로 의사결정 단계가 더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부회장직이 다시 생기는 대신 임원진으로 구성된 기존 집행위원회가 사라져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복잡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부회장의 결정을 통해 의사결정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양 부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자리를 굳힐 경우, 하나은행-외환은행 간 채널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양 부회장 내정자가 포스트 김정태라는 예상을 두고 "섣부른 예상"이라며 "차기 회장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및 해외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 역할 및 임기 등도 아직 정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 아직 구체적 임기나 맡은 부분 등은 논의 단계일 뿐 결정되지 않았으며 더 두고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