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 여부? 이통3사에 중요한 변수 아니다
입력 15.09.30 07:00|수정 15.09.30 16:31
은행업 진출보다 빅데이터 전략확장 의미 커
'10% 지분제한’ 초기 투자부담 줄여
은행법개정 난항時 시장 선점효과 누릴듯
  • 은행법 개정과 상관없이 이동통신사들이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은행 지분은 많아야 10%다. 이것이  이통사들의 참여 요인을 떨어뜨린다는 시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통사들의 속내는 다르다. 은행업 진출이 미래 먹거리인 빅데이터 사업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더 크다는 시각이다.

    ◇ 은행업은 빅데이터 육성전략의 일부…금융·통신 결합효과 기대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이 확보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은 최대 10%다. 은행법이 개정되면 50%까지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지만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모두 상호출자제한을 받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가 각자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부터 경쟁상대인 카카오와 비교됐던 점이다.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통사가 주도적으로 은행업에서 자신들만의 경영전략을 펼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통신업계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이통사 입장에선 금융업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금융업은 통신업만큼이나 고객들의 다양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영역이다. 통신사업과 잘만 결합되면 빅데이터 사업을 키우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란 시각이 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가 미래사업으로 빅데이터를 키우려던 차에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구체적인 사업모델이 등장했다”라며 “이들이 전략적으로 은행업에 뛰어든다기보다는 빅데이터 육성전략에 은행이 포함된 모양새”라고 밝혔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쇼핑몰 11번가와 간편 결제서비스인 시럽(Syrup) 등 기존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빅데이터 활용전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구성 자체도 인터파크와 GS홈쇼핑 등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중국 알리바바(마이뱅크)와 일본 라쿠텐(라쿠텐은행) 등 벤치마크 대상도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 신용평가나 금융상품 개발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며 “10% 지분 내에서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내는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금융업 자체를 확장하는 방향의 빅데이터 활용전략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KT는 비씨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등 이통3사 중 금융업 경험이 가장 많다. 그만큼 축적된 고객정보도 풍부하다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일찍이 “빅데이터 분석능력을 통해 중금리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은행업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KT가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총수 없는 기업’이란 점은 변수로 꼽힌다. 예외적으로 상호출자제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완화를 통해 더 많은 기업에 참여기회를 주려고 한다는 걸 고려하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란 것이다.

  • 아직 출사표를 던지지 않은 LG유플러스도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것이란 시각이 크다. 자회사 페이나우(Pay-now)가 국내 전자지급 결제대행업체(PG) 선두 자리를 다툴 정도로 간편 결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은행업과 결합하면 빅데이터 활용능력이 더 배가될 것이란 평가다. LG그룹 차원에서도 금융업에 다시 손을 뻗칠 기회다. LG그룹은 2000년대 중후반 LG증권과 LG카드를 매각하면서 현재 금융계열사가 없다.

    LG유플러스는 “시범사업자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참여여부를 검토할 것”이란 입장이다. 다음달 1일 신청이 마감되는 ‘퍼스트 트랙(First track·시범도입)’ 대신 은행법 개정안 통과 이후의 추가접수인 ‘레귤러 트랙(Regular track·본격적 인가)'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명함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 지분제한으로 초기 투자부담 경감…은행법 개정 안되면 선점효과↑

    이통3사 입장에선 지분 제한이 오히려 사업초기의 재무적 부담을 덜어줄 것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은 1000억원이다. ‘최대 10%’의 지분을 가정하면 이통사는 별다른 투자부담 없이 신사업에 진입하는 셈이다.

    SK텔레콤과 KT의 경우 은행법 개정안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적은 자본으로 누릴 수 있는 ‘선점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달 정기국회를 통해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으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미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이 반대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개정안이 올해 내로 통과되지 않으면 새 국회에서 다시 발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3년 후에야 통과될 것으로 본다”며 “시범사업자가 장기간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통3사의 경우 은행업보다는 빅데이터 사업확장이 주목적이기에 퍼스트 트랙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느냐 여부가 각사의 희비를 가를만한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본인가 때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 수도 있고, 나중에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하는 전략을 추진할 수도 있다”며 “금융을 활용한 빅데이터 확장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기에 이번 선정으로 모든 게 결정난다고 보긴 이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