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손닿은 SK루브리컨츠, 매각가능성 수면 아래로
입력 15.10.02 07:00|수정 15.10.02 11:09
스페인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 참여…“시너지 낼 신규사업 발굴할 것”
SK이노베이션 재무부담 줄고 수익성 회복…자금조달 필요성 줄어
  • 글로벌 경영행보가 한창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스페인을 찾았다. SK루브리컨츠의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에 참여해 사업에 힘을 실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매각설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상반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선 SK루브리컨츠의 매각 가능성은 이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준공식을 단행한 SK루브리컨츠 카르타헤나 공장은 회사가 스페인 최대 정유사인 렙솔(Repsol)과 합작 투자한 윤활기유 생산설비로 지난해 9월 완공했다. 상업생산에 들어간 지 1년째로 현재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유정준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 이기화 SK루브리컨츠 대표이사 등 SK그룹 주요 경영진을 이끌고 준공식에 참여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안토니오 브루파우(Antonio Brufau) 렙솔 회장을 만나 합작투자를 제안한 이후부터 직접 해당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을 정도로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 회장은 “이번 사업은 두 회사간 협력의 시작”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협력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최 회장이 직접 SK루브리컨츠의 사업을 챙기며 힘을 실어주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제는 SK루브리컨츠의 매각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회사의 매각작업은 지난 6월말 중단됐음에도 시장에선 지속적으로 매각가능성이 언급돼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더 이상 매각이나 기업공개(IPO)에 관련한 움직임이나 이야기가 없다”며 “적어도 올해 안엔 매각 이야기가 다시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상태가 개선되면서 일시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도 줄었다. 지난해말 약 11조원이던 회사의 조정 전 차입금은 올 상반기 9조3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페루 가스수송 관련 자회사 TgP(Transportadora del Gas de Peru) 지분과 울산 넥슬렌 공장 자산을 매각한 대금 7000억원가량이 3분기 중에 유입되면서 재무적 부담은 더욱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도 대폭 회복했다. 지난해 적자였던 영업이익이 올 상반기에만 9879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진행해온 SK루브리컨츠의 IPO 작업도 중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와 같은 변화를 반영해 회사의 신용등급(Baa2)을 한 단계 올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SK루브리컨츠 매각에 대한 이야기는 잠잠해진지 오래”라며 “당분간은 수익성 개선과 사업모델 업그레이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SK루브리컨츠가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기에 매각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3~4년전보다 수익성은 떨어졌지만 매년 3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이를 대체할만한 사업모델이 없다면 섣불리 매각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기유 사업은 정유사업보다도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이익도 꾸준히 난다”며 “이제는 자금조달이 급한 상황도 아닌데 굳이 매각할 필요를 못 느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