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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 확장이 한창인 현대백화점그룹이 물류업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유통업체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분야가 '물류'라는 게 관련업계의 평가다. 거기에 향후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는 점, 그리고 현재 논의되는 가격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높다'는 게 동부익스프레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실질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육상부문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그간 현대백화점은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서 유일하게 입찰서를 써냈다. 물류업체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내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식품)등 유통업체를 비롯해 한섬(패션)·현대리바트(가구) 등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업 특성상 상품의 운송·보관 등이 필수적이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 그룹 계열사의 물류비용을 감축하고 더 나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의 물류비만 연간 1000억원 내외로 소요되고 있다”며 “향후 온라인·모바일 채널의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물류부문 효율화는 긍정적인 이벤트로 본다”고 밝혔다.
물류 일정을 조정하는 데 있어서도 보다 용이하게 될 것이란 평가다. 그간 현대백화점그룹은 지금은 롯데그룹 계열사가 된 현대로지스틱스에 물류를 위탁해왔다. 한 시장 관계자는 “당시 범(汎)현대 기업인 현대로지스틱스에 물류를 맡길 때도 물류 스케줄과 비용을 조정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계열 물류회사를 거느린다면 상당부분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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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익스프레스는 물류업체로는 향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마지막 매물'로 평가 받는다. 동부익스프레스는 CJ대한통운·한진·롯데로지스틱스 등의 업체와 함께 '메이저 물류업체'로 꼽힌다. 한 시장 관계자는 "메이저 업체들은 이미 새주인을 맞이하는 등 상당부분 그룹 개편이 이뤄졌다"며 "당분간 메이저 업체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적은 점이 현대백화점의 인수의지를 키우는데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입찰한 금액은 4000억원대 후반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격만 놓고 보더라도 남는 장사기 때문에 '괜찮은 투자'라는 의견이 많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주로 인천·부산 지역에 물류창고를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경기권에서는 오류동 창고, 의왕 정비공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지역 부동산·시설만 놓고 보더라도 장부가액 이상의 가치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차원에서의 사업적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항만운송에 사업이 치우쳐있어 육상운송 부문이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화점·홈쇼핑·가구업 등 내수 유통에서는 육상운송, 육상 물류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이 중요하다. 동부익스프레스가 보유한 물류창고는 인천·부산 등 해안도시에 집중돼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동부익스프레스는 항만운송이 주력으로 육상 창고와 육상운송망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며 “과거에도 항만운송 부문만 따로 떼서 매각하는 안이 거론될 정도”라고 말했다.
동부익스프레스가 제3자물류 등 고객군을 확보하는 것도 향후 과제다. 동부익스프레스는 기존 동부그룹 계열사 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되고 나서도 기존 고객들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거래시 3~5년 정도 기존 고객군을 유지한다는 조항을 계약에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기간 이후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역시 범 현대가인 현대차그룹과의 협업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충남 당진 지역에 약 8만5000㎡ 규모의 부두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현대제철 제철소와의 협업 등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와의 업무교류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과거 범현대가 기업들의 협력 사례를 고려할 경우 상호 협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범현대가의 협력을 통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관건은 육상운송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시장에선 “CJ대한통운이 입찰에 참여했다가 발을 뺀 것도 항만운송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주요항만에 물류창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동부익스프레스가 가진 물류망을 현대백화점·고객사 등이 보유한 물류망에 최적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조언했다.
또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이 지금까지 갖춰온 운송·물류시스템을 동부익스프레스가 가진 운송·물류 망에 얼마나 잘 맞출 수 있을지도 과제로 꼽힌다. ‘내재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수와 관련해 현 단계에선 알려줄 내용이 없다”며 “매각관련한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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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29일 09:00 게재]
백화점·홈쇼핑 물류비만 연간 1000억원 내외
육상운송 강화 필요하단 지적도
육상운송 강화 필요하단 지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