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끝난 KT, 투자자 사로잡기 '본격화'
입력 15.10.07 07:00|수정 15.10.07 07:00
배당 재개 이어 중장기 성장전략 제시
황창규 회장, 직접 자사주 5000주 매입
투자자 움직이려면 구체적 성과 필요하단 지적도
  • 구조조정을 일단락 지은 KT가 투자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배당을 재개하고 성장전략을 발표하는 등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려는 모습이다.

    평가는 우호적이다. 다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선언’ 수준을 넘어 더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KT는 황창규 회장 취임 후 1년반 동안 체질 개선에 집중해왔다.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부실계열사들을 정리하면서 비대해진 조직을 새로 정비했다. 56개였던 계열사 수는 38개로 줄었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ICT(정보통신기술) 중심으로 재편됐다. 알짜 계열사인 KT렌탈과 KT캐피탈을 매각하면서 재무부담은 경감됐고 수익성도 개선됐다.

    황창규 KT 회장은 “올해말이면 가시적 성과가 상당히 나올 것”이라며 “큰 계열사 두 곳이 빠졌는데도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내실 다지기가 마무리되자 시선을 바깥으로 돌렸다. KT는 지난 7월말 상반기 실적발표와 함께 배당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기가 인프라와 미래사업에 5년간 1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황 회장은 KT 주식 5000주를 사면서 시장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리려는 모습이다. KT는 한동안 투자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회사의 주가는 주당 3만원선에서 정체된 지 오래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는 대조적이다. 황 회장의 임기도 어느덧 반환점을 지났다.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며 반전을 모색할 시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임기 3년차로 가기 전에 뭔가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사업구조를 재구성하면서 과거보다는 적극적으로 회사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업전략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5G와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맞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강점인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IoT를 비롯해 보안·스마트에너지·헬스케어·차세대 미디어를 5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다만 당장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단 회사가 선보인 청사진은 성과를 내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선 5G와 IoT는 2020년 이후부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성장사업들이 현재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더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 사업계획들이 영업까지 이어져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LG유플러스는 CEO(최고경영자) 간담회 때와 그 직후 신사업의 진행상황과 성과를 지속적으로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말 LTE비디오포털과 홈IoT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발표 시점에 관련 서비스들을 개시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이용현황이나 가입자 수 등 영업 측면에서의 성과를 시장에 공유하고 있다.

    황 회장이 지금의 성장전략들을 이끌 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성장전략은 5년 동안의 중장기 계획인 반면 황 회장의 임기는 1년반도 남지 않았다. 차기 CEO의 취임은 정권 교체시기와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전례를 생각하면 CEO 교체와 이에 따른 또다른 정치적 외풍(外風)이 사업전략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