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필요한 한화, 한화생명 지분 활용 두고 '고민'
입력 15.10.07 07:00|수정 15.10.14 17:44
삼성과의 빅딜자금 납부·차입부담 경감 등 자금확보 필요성↑
낮은 주가, 예보 지분 향방, 정부와의 관계 등으로 결정 쉽지 않아
  • 한화그룹이 한화생명 지분을 놓고 고심이 깊다. 앞으로 자금소요 규모를 고려하면 한화생명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현금 확보에 도움이 된다. 다만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물량과 경영권 방어문제, 낮은 주가 등으로 매각 시기나 규모를 쉽게 결정하기 힘들 것이란 평가가 많다.

    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한에서 한화생명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48%로 이 중 대부분을 ㈜한화(21.7%)와 한화건설(24.9%)이 나눠갖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필요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고 (경영권에 필요한 지분 외) 나머지를 매각해 현금 수요를 채우겠다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빅딜 자금만 해도 내부자금만으로 조달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 차입부담 크고 쓸 돈은 많아…매각 가능성 꾸준히 언급

    한화그룹은 앞으로 예정된 자금소요가 적지 않다. 삼성과의 ‘빅딜(Big Deal)’ 자금을 3년내 마련해야 한다. 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의 인수자금은 약 1조9000억원이다. 지난 6월 ㈜한화·한화케미칼·한화에너지가 1차 대금을 납부한 상태다. 2017년까지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 ㈜한화는 2년내로 나머지 인수대금 3513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회사의 최근 3년간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785억원이지만 현금 보유량(약 617억원)에 비해 차입 규모가 큰 편이다. 올해 말부터는 시장성 차입금의 만기가 속속 도래한다. 내년 10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만 5000억원에 달한다. 1년내 도래하는 금융기관 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 장기차입금)은 1조원이 넘는다.

    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도 마찬가지다. 현재 현금창출능력을 고려하면 차입부담이 크다. 최근 상황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석유화학 산업은 몇 년째 불황기다.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에 대한 투자도 예정돼 있어 추가 자금확보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크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잔여 인수대금 납부가 남아있기에 영업현금흐름 확대 또는 자산 매각, 증자 등을 통한 차입규모 축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한화그룹의 지배구조상 지분 매각을 하는 쪽은 한화건설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화건설은 최근 이라크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선수금 2400억원을 수령하면서 당장 자금 확보가 급하진 않다. 다만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화의 지분율을 줄이는 것은 피하고 싶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선 ㈜한화가 한화생명의 최대주주인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라며 “한화생명 매각대금은 한화건설이 ㈜한화에 배당하는 형태로도 끌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한화건설 지분 93.6%를 갖고 있다.

    ◇ 낮은 주가, 예보 보유지분, 정부와의 관계는 고민거리

    여러 경영환경상 지분매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최근 공매도 세력의 주된 타깃이 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생명의 주가는 8000원 안팎에 머무른 지 오래다.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IFRS4(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 등으로 한화생명은 자본확충 과제를 안고 있다. 경영권을 담보로 한 거래도 아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더뎌질수록 한화그룹은 한화생명 대신 한화손해보험이나 한화투자증권 같은 다른 금융사 지분 매각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관계도 고민거리다. 예보는 지난달 한화생명 지분(22.8%)에 대한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면서 해당 지분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화그룹이 먼저 지분 매각에 나서면 예보의 거래를 방해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완전히 사면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 보유지분을 향후 누가 얼마나 인수할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제3의 세력이 예보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면 한화그룹 입장에선 경영권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