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VS여행사, 겉은 그럴 듯 속은 다른 비교기업
입력 15.10.21 06:59|수정 15.10.21 06:59
이용자 영역 같지만 유가, 환율 체감도 반영 힘들어
"여행업, 소득 수준과 레저소비 수요에 영향 받아"
  • 제주항공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국내 비교기업으로 여행사 3사 선정했다. '관광'이라는 큰 틀에 묶여있다고 해도 여행사는 항공사의 대외적 변수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어 비교그룹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제주항공과 여행사, 주 고객층 ‘관광객’인 것은 맞지만…

    제주항공 측은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유사회사로 하나투어, 모두투어네트워크, 레드캡투어를 선정했다. 관광, 여행과 관련된 산업 비중이 50% 이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언뜻 보면 제주항공과 여행사를 비교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양사 모두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이용자로부터 수입을 얻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진흥협회에서 발표한 ‘국내LCC성장 요인분석’에 따르면 저가항공사(LCC·Low Cost Carrier)를 이용하는 고객 중 74.5%가 '여행, 관광’ 목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항공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관광객이 많은 여름 휴가 기간이나 명절 때 수요가 급증한다.

    제주항공 매출의 97%는 여객에서 발생한다. 국내 LCC 사용자의 74%가 여행, 관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주항공의 매출도 ‘관광을 목적으로 한 이용자’의 영향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다.

    ◇ 환율, 유가 영향 큰 항공사…여행사와 비교시 리스크 반영 안 돼

    이용자의 영역은 같지만, 매출 구조와 비용 구조를 따져보면 여행업과 항공운수업의 교집합은 적다. 특히 제주항공이 갖고 있는 위험 요소를 비교그룹으로 선정된 여행사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항공업은 유가에 좌우되는 산업이다. 유류비와 관련한 고정비가 높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매출원가 대비 35~45%를 유류비가 차지한다. LCC항공사는 저렴한 운임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어, 환율이 상승하거나, 유가가 상승할 경우 고정비가 높아져 수익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특히 제주항공은 항공운수업에 집중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유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처럼 호텔사업, 기내식사업, 리무진 등 부가적인 수입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제주항공 측은 “최근 유가상승 기조로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 환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제주항공 측은 “연료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항공기 운항에서 요구되는 비용과 공항조업비, 시설이용비, 착륙료 등 공항시설 사용과 관련된 비용을 외화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제주항공에 비해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제주항공의 경우 유가와 환율에 영향을 받는 연료유류비와 공항관련비가 비용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수수료 비용과 종업원급여비용이 전체 비용의 50%이상을 차지했다.

    환 위험에도 비교적 자유롭다. 환율변동위험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급조건을 가급적 원화로 계약한다. 외화를 지급해야 할 시에는 최대한 지급기간을 단축해 환율에 노출된 자산 및 부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을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환율과 유가가 일시적으로 여행객 수를 줄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 해당 국가의 소득 수준이나 레저소비 수요”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