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과 함께 줄어가는 삼성그룹 자금조달…IB업계는 '한숨'
입력 15.10.30 07:00|수정 15.10.30 13:36
지난해부터 굵직한 사업·지배구조 재편 이어져
회사채시장 주고객사 매각되거나 서로 합병
  • “이제 삼성에서 자금조달을 할만한 곳은 삼성물산과 호텔신라 정도로 보입니다. 주선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계열사가 갈수록 줄어 걱정입니다.”

    지난 2~3년간 회사채 시장의 대어(大漁)로 부상했던 삼성그룹의 존재감이 다시 약해지고 있다. 굵직한 사업·지배구조 재편 속에 시장의 주고객 계열사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우량고객을 잃은 금융투자(IB) 업계에선 아쉬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달 시장에서 삼성의 존재감이 부각된 건 회사채 수요예측이 도입된 2012년부터다.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중공업·삼성토탈 등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수천억원씩을 조달했다. 화학·건설·조선 등 중공업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의 대형고객으로 부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는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그룹의 사업·지배구조 재편 속에 회사채 시장의 단골 계열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제일모직은 사업별로 나뉘어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일부가 됐고, 삼성에버랜드도 삼성물산과 합병했다. 한화그룹과의 빅딜(Big Deal)로 삼성토탈과 삼성테크윈은 '삼성' 간판을 뗐다.

  • 삼성중공업은 최근 실적 악화와 함께 신용등급도 하락해 회사채 시장을 두드릴만한 여건이 안 된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정밀화학 또한 그룹과의 연결고리였던 2차전지 사업을 정리하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A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삼성의 자금조달 수요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며 “그나마 꾸준히 회사채를 발행했던 삼성물산과 호텔신라도 예전만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 공모채 품귀현상이 뚜렷해지자 그동안 삼성의 회사채 발행을 주선했던 증권사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삼성은 평판을 고려해 비교적 공정하게 회사채 발행절차를 진행해왔다. 특정 증권사에 주선을 몰아주거나 박한 수수료를 지급해 담당자들을 곤란하게 하는 일들을 꾸준하게 줄여왔다.

    B 증권사 채권발행 담당자는 "삼성 계열사들은 회사채 발행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실무진 심층면접까지 진행하며 뒷말이 나오지 않게 신경을 썼다"라며 "수수료 수익 감소뿐 아니라 공정한 시장질서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향후 증권사 간의 치열한 '삼성채' 주관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수의 대기업이 시설투자용 자금조달을 마무리하거나 중단했다. 취약업종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 발을 담그기가 더 어려워졌다. 삼성 회사채의 품귀 현상이 재현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