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양강체제 된 유료방송시장, ‘새판짜기’ 예고
입력 15.11.02 15:30|수정 15.11.02 16:03
SKT, CJ헬로비전 인수로 KT와 양강구도 형성
나머지 케이블TV업체들 생존 위한 합종연횡 가능성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유료방송시장은 단숨에 KT와 SK텔레콤의 통신사 양강체제로 바뀌었다.

    시장의 관심은 LG유플러스를 포함한 나머지 업체들로 쏠리고 있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유료방송사업자간의 합종연횡을 통한 업계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 SKT, CJ헬로비전 인수로 가입자 750만명 확보…"경쟁력 1위와 비견"

    CJ헬로비전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올 8월 기준으로 약 415만명이다. 케이블TV 업체 중에는 가장 큰 규모로 유료방송시장에선 KT(850만명)에 이은 2위다. SK텔레콤(335만명)이 CJ헬로비전을 거래를 마무리하면 약 7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KT와 함께 유료방송시장의 또 다른 축으로 부상했다.

  • 양사의 시너지를 고려하면 SK텔레콤의 시장내 존재감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케이블TV 업체들의 인수후보로 꼽힐 때마다 가입자 확대와 함께 유·무선사업 결합상품이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CJ헬로비전은 가입자도 풍부하고 사업영역도 전국에 고르게 퍼져있다. 다른 케이블TV 업체와 달리 알뜰폰(MVNO) 사업까지 하고 있어서 결합상품의 효과가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미래통신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결합상품 판매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제도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CJ그룹과의 협력관계가 긴밀해졌다는 것도 SK텔레콤의 IPTV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거래를 추진하면서 ㈜CJ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콘텐츠 및 스타트업 관련 펀드도 공동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미 CJ E&M과 콘텐츠 공동투자 및 커머스 제휴 등을 진행하고 있는 SK텔레콤 입장에선 좀 더 IPTV와 플랫폼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단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를 통해 무선통신 1위뿐 아니라 유료방송사업에서도 1위에 비견되는 지배력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 성장둔화 케이블TV업체, 생존 위해 M&A 등 합종연횡 가능성 

    시장에선 이번 거래를 계기로 유료방송업계의 본격적인 재편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거대사업자가 출현한만큼 나머지 업체들도 외형을 키워 생존경쟁력을 갖출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은 산업 특성상 신규 시장진입이 어렵고 해외진출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국내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등 케이블TV 업체들은 시장점유율 정체와 함께 성장둔화를 겪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중소형업체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온 CJ헬로비전조차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와 SK텔레콤의 양강구도가 형성되면서 이들과의 격차 축소를 위해 나머지 3~6위 업체간의 인수·합병(M&A)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KT와 SK텔레콤도 서로 견제하기 위해 추가적인 중소 M&A를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경쟁사인 KT와 SK텔레콤과의 격차를 좁힐 필요가 있는데다 케이블TV 업체들이 향후 손을 내밀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도 유·무선사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티브로드, 현대HCN, JTBC 등과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데 관심을 보여왔다고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을 가진 CJ그룹조차 헬로비전에서 손을 뗄 정도로 케이블TV업체의 독자생존이 어려워졌다고도 볼 수 있다”며 “나머지 업체들은 앞으로 LG유플러스와 협력관계를 맺는데 더욱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료방송업계에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향후 벌어질 일들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 재편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한 거래가 성사되면서 업계가 새판짜기에 들어가게 됐다”며 “모든 가능성이 다 열리게 됐고 상황이 급변한 만큼 업계재편 움직임도 빨라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