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 인수 H&Q, '플랫폼' 비즈니스 기대 걸었다
입력 15.11.04 07:00|수정 15.11.04 07:00
49% 지분투자 후 2년 만에 재투자로 경영권 확보
수년간 축적된 '빅데이터' 활용해 플랫폼 사업 가능
日 '리크루트' 모델 참고…교육사업 추가 M&A도 염두
  •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이하 H&Q)의 잡코리아 투자 뒤에는 플랫폼 사업에 대한 확신이 깔려있다. 방대한 고객 정보를 원동력으로 삼으면 기업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H&Q는 미국 몬스터닷컴(MONSTER WORLDWIDE)가 보유한 잡코리아 지분(50.1%)을 가져오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2013년 잡코리아 지분 49.9% 인수 후 2년여 만이다.

    몬스터닷컴은 2005년부터 잡코리아 1대주주였지만 회사 경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매년 50억~100억원가량의 배당만 받아갔다. 후발주자인 사람인에이치알이 턱밑까지 쫓아왔지만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했다.

    ◇ 준비하던 H&Q, 인수 기회 잡아…우여곡절 끝에 완료한 인수금융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2대 주주였던 H&Q가 경영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외부 컨설팅 결과들을 직접 적용했다. 광고 비용을 대폭 늘려 점유율 방어에 나섰고 영업사원 교육 체계화 및 인센티브 지급 제도 도입 등을 실행에 옮겼다.

    이는 실적 향상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28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과 상각전이익(EBITDA)는 각 65억원, 71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오른 수치다. 최근까지 광고 집행을 많이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성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 준비하던 H&Q에 기회가 왔다. 몬스터닷컴이 자체 비용 절감 및 재무개선 등의 목적으로 지분 매각 움직임을 보이자 100% 지분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몬스터닷컴과 합의 끝에 1100억원에 지분을 사오기로 했다.

    H&Q는 블라인드(Blind) 3호 펀드 자금 일부와 인수금융 등으로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웠다.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융 주선사로 나섰다.

    한국증권은 H&Q와의 첫 거래 수임을 위해 4.1%의 공격적인 금리 조건을 제시했다. 최근 인수금융 금리 수준이 4% 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금리지만 투자자 모집에는 자신이 있었다. 농협·수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의사도 확인한 상태였다.

    순조로울 것 같던 거래는 '홈플러스'라는 벽에 부딪혔다. 투자자들이 4조3000억원에 달하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금융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홈플러스 인수금융 금리는 약 4.5%선으로 수익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H&Q의 2호 펀드 투자 실패 사례도 발목을 잡았다. 2호 펀드에는 에스콰이아와 메가스터디 투자 건이 담겨있다. 에스콰이아는 인수 후 자금난에 시달리다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메가스터디는 투자 후 실적과 주가 모두 악화일로였다. 이는 리스크 심사에서 걸림돌로 작용했고 참여를 약속했던 기관투자자들은 하나 둘 떠나갔다.

    한국증권은 고심끝에 기관투자가들의 빈 자리를 직접 메우기로 했다. 약 430억원의 금액을 직접 책임졌다. 은행에 비해 자기자본 규모가 적은 증권사로서는 인수금융을 떠안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 수년간 축적된 고객 정보, 플랫폼(Platform) 사업 노린다

    H&Q는 잡코리아를 들여다 보며 성장성을 읽었다. 빅데이터 분석능력에 기초해 잡코리아를 플랫폼으로 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국내 취업포털 시장 규모는 증가 추세다. 기업들의 온라인 채용 증가, 고용 유연화 및 기업의 수시채용 확대 등에 힘입은 결과다. 정규직(잡코리아)과 비정규직(알바몬) 채용정보 시장에 동시에 발을 담그고 있어 경기 변동 여파는 덜하다. 일종의 긍정적인 '풍선효과'다. 정보 수집에 대한 신뢰성을 쌓는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해 진입장벽도 높다.

  • 누적된 개인 및 기업 고객 정보에도 주목했다. 잡코리아의 개인 회원수는 1300만명이며 기업회원도 300만명에 이른다. 실제 이를 활용해 경력 관리와 같은 취업지원 및 어학·직무 교육 서비스도 운영 중이기도 하다. 기존 서비스 품질 고급화 및 유료화뿐 아니라 사업 영역까지 넓혀 수익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

    H&Q는 일본의 '리크루트(Recruit)'의 사업 모델을 눈 여겨 봤다. 리크루트는 일본 취업정보 서비스 업계 1위 회사다.

    리크루트는 취업포탈 분야에 머무르지 않았다. 고객 정보를 토대로 여러 플랫폼을 형성했다. 구직자의 교육부터 취업에 그치지 않고 결혼·주택 및 차량 매매·여행 등으로 손을 뻗었고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구인·구직과 연계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며 연 매출 10조원이 넘는 회사로 거듭났다. 올 1분기 매출액만 3조원에 달했고 영업이익과 EBITDA는 각 2850억원, 4721억원이었다. 지난해 기업공개도 완료했다.

  • H&Q는 교육사업 부문의 추가 M&A를 염두에 두고 있다.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취업교육은 수익성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입사에 필요한 어학 및 자격증 교육을 강화하고 공무원·국가고시 전문 교육사업을 더할 계획이다. 과거 메가스터디 투자 경험도 있다.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모바일 메신저에 이력서 데이터를 올리면 일자리 정보를 전달하는 등의 실시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H&Q가 한국증권과 인연을 맺은 것은 또 다른 기회다. 한국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다음카카오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