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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시장의 재편을 촉발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거래 구조 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옵션(Option) 거래를 통해, SK텔레콤은 당장의 재무부담을 줄이는 한편, SK텔레콤이 ㈜CJ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자금 지원과 함께 전략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일반 투자자들을 위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주식 공개매수하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번 거래의 핵심 관계자는 "SK그룹이 이번 인수를 진행하면서 잡음 발생을 경계했다"며 "재무적인 부담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CJ헬로비전 소액 투자자들의 반응까지 고려해 거래 구조를 짰다"고 말했다. 기업과 기업간의 직접적인 구조조정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참고할만한 사례란 평가도 받고 있다.
거래 구조 측면에서 보면 지분 인수에서, 합병, 우회상장, 영업양수도, 공개매수, 펀드 조성 등에 이르기까지 M&A 기법 대부분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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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은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된 CJ헬로비전을 매각하며 현재 인수 추진 중인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인수를 위한 실탄도 마련했다. 다음은 거래 구조 및 배경에 관한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설명을 종합했다.
-왜 SKT는 30%만 먼저 인수하는가?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53.92%이다. 시가총액은 8440억원. 인수가액 1조원이면 경영권프리미엄이 100% 이상이다. SKT로서는 고가 인수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재무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그래서 1차적으로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한 후, 5년 내에 나머지 지분도 사기로 한 것이다."
박경일 SK텔레콤 전략기획실장은 지난 2일 컨퍼런스콜에서 "1차 지분 30%에 5000억원을 지불하면 지난달 30일 기준 지분가치(Equity Value)는 8400억원 정도다. 경영권 프리미엄으로는 2400억원을 지불했다. 차입금은 8500억원 정도다. 기업가치를(Enterprise Value)를 1조9000억원으로 평가했다. 가입자당으로 보면 45만원이다. 합리적인 수준에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9년 4월 이후 잔여지분에 대해 CJ오쇼핑 측에서 전량 풋옵션 행사하면 5000억원을 지불하게 된다. 다만 현재가치로 할인하면 이 금액은 4000억원 가량이다. SKT는 9000억원에 (CJ헬로비전 지분 53.92%) 인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J에 대한 SKT의 1500억원 유상증자는 왜?
"SKT가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의 지분 2% 가량을 보유하게 된다. 자금 지원과 함께 전략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차원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CJ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과 CJ헬로비전 매각 대금을 코웨이 인수에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J그룹은 중국의 하이얼그룹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코웨이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상장폐지한 지 1년만에 우회상장을 하게 된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상장폐지하지 않았나
"SK그룹에서 소액주주들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SKT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따른 기대 이익을 소액 주주들도 향유할 수 있게 하려 한 것이다. SKT는 이와 함께 1200억원의 CJ헬로비전 공개 매수를 진행한다. 이 역시 소액주주들을 고려한 조치다"
이와 관련 한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복귀 이후, 대외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 30%를 인수한 후,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할 예정이다. 존속법인은 CJ헬로비전이며 일반 합병이다. (공개매수 지분을 제외할 경우) 합병후 SKT의 CJ헬로비전 지분율은 75.29%이며, 풋-콜옵션 행사 이후에는 83.73%이다.
-SK그룹은 MBK파트너스의 씨앤앰(C&M) 인수를 고민해왔다.
"협상은 진행됐지만 가격차 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CJ그룹에서 SK그룹에 CJ헬로비전 매각 의사를 밝혔고 거래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지난 달 초에 거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MBK파트너스에서 CJ헬로비전 매각 사실을 인지하고 씨앤앰 매각 조건을 변경했지만 SKT는 유선방송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에 변화를 주진 못했다. MBK파트너스와 추가 협상은 없었다"
이와 관련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T가 CJ헬로비전과 씨앤앰을 동시에 검토하면서 수도권에 집중된 씨앤앰보다는 지방이 강한 CJ헬로비전을 택했다"며 "SKT는 수도권은 IPTV 영업이 가능하지만 지방까지 IPTV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란 게 내부 결론"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씨앤앰 향방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유선방송사업이 양강 구도로 재편된 이상, 씨앤앰 매각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3~4위 사업자들도 몸집을 불리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씨앤앰이 수도권 사업자란 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대HCN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은 CATV 410만명, 인터넷 88만7000명, 인터넷전화 71만3000명, 알뜰폰 88만1000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330만명, 인터넷 497만명, 유선전화 449만명이며 SKT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2874만명이다. 이번 인수로 TV시장 점유율은 26.2%, 인터넷은 29.4%, 이동전화는 50.9%로 상승한다. TV에서는 KT 다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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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1월 03일 16:4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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