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OCI머티리얼즈 경영권 인수한다
입력 15.11.23 19:13|수정 15.11.24 22:55
지분 49.1%, 인수가 5000억원 내외
급등한 주가 때문에 한 때 매각 중단하기도
  • SK그룹이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한다. OCI(주)는 이번 매각으로 태양광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SK는 오랫동안 검토해온 특수가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OCI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NF3(삼불화질소)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현재 SK하이닉스에도 반도체 생산용 특수가스를 납품하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는 23일 저녁 이사회를 열고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격은 5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거래 관계자는 "SK그룹이 이전부터 산업용 특수가스 분야에 투자를 검토해왔다"며 "중국의 반도체 투자 확대, SK하이닉스와 OCI머티리얼즈의 거래 관계 등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 (주)OCI는 지난 5월말 OCI머티리얼즈 매각을 공식화하고 7월초에 예비입찰을 실시한 후 같은 달 말에 본입찰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급등한 주가 때문에 매각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말 5만원대였던 주가는 실적 호조를 등에 업고 14만원대까지 상승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거래가격이 1조원에 육박하자 인수 후보들이 발을 뺐다. 이후 OCI주가는 7월을 정점으로 하락해 한 때 8만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적정한 가격 범위에 들어가자 SK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혔고, 거래는 급물살을 탔다. 이 과정에서 해외 기업으로 매각에 부정적이었던 이수영 OCI그룹 회장의 의지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예비입찰에는 세계3위 특수가스 생산업체 프락스에어(PRAXAIR), 독일의 산업용가스 생산업체 린데(LINDE)를 비롯해 골드만삭스PIA, 칼라일그룹 등 해외 기업과 해외투자자들만 참여했다.

    다른 거래관계자는 "개성상인 전통을 이어받은 이 회장이 국내 반도체 업체 공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며 "국내 기업이 인수하길 희망했다"고 말했다.

    OCI머티리얼즈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주요 거래처로 주요 공정에 특수가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산량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NF3(삼불화질소)는 반도체·LCD·태양전지 제조 과정에서 세정용으로 쓰이며, 배선 공정에는WF6(육불화텅스텐)이 사용된다. OCI머티리얼즈는 SiH4(모노실란), SiH2Cl2(디클로로실란)과 Si2H6(다이실란)도 생산하고 있다.

    (주)OCI는 매각대금을 태양광발전·ESS(에너지저장장치)·케미칼 소재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소다회 제조사인OCI리소시스를 터키 에너지 기업에 매각한 바 있다.

    OCI머티리얼즈 매각은 크레디트스위스(CS)가 주관했으며 법무법인 세종이 법률자문사로 참여했다. SK(주)에는 법무법인 광장과 삼일회계법인이 자문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