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기업회생에 적극적인 참여 필요…워크아웃-기업회생간 연계 절실"
입력 15.12.09 07:00|수정 15.12.09 07:00
법원 "채권자, 회생 기업에 신규자금 수혈 후 적극적인 권한 부여 받도록"
금융권, 워크아웃과 회생절차 합친 '크레디터스 트랙' 제시
  • "워크아웃 절차 중에 채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사전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제출하면 이를 존중한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법원에선 계획안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만 심사해서 인가하게 되는 형태다. 또한 기업회생을 위한 신규자금을 수혈하는 채권자에는 기업에 신규 자금의 사용 용도를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채권자협의회 활동 권한을 늘려주는 방안 등이 있다."(이재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효율적인 기업회생을 위한 회생절차 개선 간담회'를 열고 법원·금융권·기업 등 회생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개회사에서 "회생절차는 신속히 진행해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고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회생관계자들이 서로 이해를 넓혀가고, 회생 가능한 기업에 신규자금 지원을 위한 방법 등을 찾는 시의적절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채권자협의회 활성화가 관건…회생절차 중인 기업 여신 인식 개선 필요"

    법원 관계자들은 기업회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채권자와의 협력 강화로 꼽았다. 회생절차 중인 기업의 영업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신규 자금 투입 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신속한 종결도 가능하다고 봤다.

    이재희 부장판사는 향후 회생절차 개선 추진안으로 △채권자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 △신규자금 지원자 회생절차 확대 △기업회생과 워크아웃 절차의 연계 △매각 후 재임차(Sales&lease back) 형식의 자산매각 활성화 △회생회사 지배구조 개선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판사는 "기업회생에선 신규자금 조달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업회생시 채권자 참여 확대 위해서 신뢰 얻는 것이 먼저다. 채권자협의회에 구조조정 담당 임원 추천 권한을 주고, 채무자 비용으로 채권자협의회를 위한 자문기관 선임, 감사 추천 등 채권자협의회의 자율적 감독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신규 자금이 없으면 영업용 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어서 이를 막기 위한 세일앤리스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에서 대손충당금 때문에 신규자금 지원이 어렵다고 하지만, 회생인가 후 고정 이하 여신으로 반드시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위원회에서 2013년도에 은행 업무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우선변제권이 보장되는 신규 자금은 적립금을 쌓을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실제 적용이 안 되고 있다. 부실채권 처리도 문제다. 집회가 임박한 시점에 유동화기관에 채권을 넘기면 절차 진행에 어려움이 많아서 신중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세일앤리스백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캠코가 기업 소유 부동산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형태다. 이러한 자금 확보 방식을 여타 회생담보권자 금융기관까지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 주도 '크레디터스 트랙'과 도산전문법원 설립도 고려해야"

    "현재 기업회생에선 은행 등의 채권단은 제3자 입장에서 참여하기 때문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의견 제시에 머무를 뿐이다. 경영정상화 수립도 사전 회생계획안 제출이라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워크아웃시 기업 실사나 자문과는 별개로 법원에서 회계법인을 따로 선임하는 등 회생을 위한 첫 단계부터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이종철 한국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 2실장)

    금융권 대표 패널로 토론에 참석한 이종철 산업은행 실장은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은 회사 영업기반 유지 가능, 기업회생은 채권자에 대한 근본적인 채무재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각각 장점으로 꼽았다. 각 절차는 유지하되 현실적으로 적용하려면 두 가지 장점을 합친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칭 '크레디터스 트랙(Creditor's Track)'이다.

    크레디터스 트랙은 비협약 채권 비중이 높고, 우발채무 부담이 큰 워크아웃 기업에 회생절차의 신속한 채무조정을 접목할 때 구조조정 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 회사는 법원 앞에 크레디터스 트랙이라는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신규자금 지원안을 채권단이 제시해 조기 인가를 받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과 채권단간 자율협약이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조건부로 회생절차를 종결하는 식으로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할 수 있다.

    이 실장은 "산업별 국제경쟁력,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어서 채무재조정이나 신규 자금 투입만으로는 기업회생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통해 구조조정에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의 법원 전문성과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구조조정 노하우가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에 도산전문법원 설립 검토, 한정적인 범위의 회계법인 실사를 벗어나 전문적인 자문을 맡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에 기반한 구조조정 전문 기관의 참여 유인책을 이끌어낼 필요도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나 재무안정 사모펀드 등이 채권인수, 출자전환, 인수·합병을 원활히 실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한다면 기업회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래는 주요 토론 내용.

    (유재훈 금융위원회 구조조정지원 팀장)

    "이종철 팀장의 크레디터스 트랙은 제안은 좋지만, 현행 법 체계 안에서는 시행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상시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재연장 할 때부터 정부에서도 상시화법안을 마련해 오라는 지침 있었다. 채권자도 금융채권자에서 모든 금융채권자로 확대하는 등 개선점 담아 발의는 했지만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 상시화는 이르고 다음 임시국회에서 2년반 정도의 연장을 바라보고 있다. 통합도산법에 기촉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상시화 이전에 지금부터라도 연구가 필요하다. 법원 위주로 주관하는 현재 도산절차가 아니라 공정한 중개자로 참여하는 안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심현석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

    "신규 자금 활성화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구조조정 개선 전용자금을 만들어 회생기업에 자금 지원하고 있다. 시범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확대하려고 한다. 캠코나 은행, 법원 등이 주도적으로 조절해서 좀 더 내실있는 기업을 분별해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기업이 소유한 공장은 산업단지 내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산단에서는 세일앤리스백이 불가능하다. 이런 법 규정을 개정해야한다. 게다가 회생인가 절차가 너무 늦다. 전문가 통한 회생계획안 작성할 때 회계 자문 받아서 작성하면 인가율이 50~60%다. 전제 평균 3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데, 이런쪽 지원 필요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채권자의 사전 회생계획안 제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채무자 권리를 어느 정도 보장해 줘야 채권자가 채무자를 존중해 주고 원활한 기업회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회생절차의 출구는 점점 더 인수합병 방식에 의한 경영권 매각 형태를 띈다. 자본을 가지고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사모펀드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법원의 부담은 줄이고 회생절차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기존 채권자들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이 맞다."

    (김인경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

    "채권자의 기업회생 참여 확대는 워크아웃과의 가교 차원에서 논의한 것이다. 미국의 '프리패키지'라고 말하는 기업회생과 비슷한 절차에서도 예외 규정을 둔다. 조사보고서가 작성 되기 전에 채권자들과 협의를 거쳐서 회생계획안을 만드는 절차가 예외적으로 있다. 물론 이런 것은 규모가 큰 기업이고, 이 기업이 채권단과 사전 교류가 잘 됐다는 전제 하에 가능하다. 사전 계획안 활성화는 기존에 기업과 채권자가 경영정상화 약정을 주요 채권단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엔 이런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점이 안타깝기 때문에 검토하는 것이다."

    (한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크레디터스 트랙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사전계획안을 준비하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 관심은 있다. 의문점은 지난 2004~2009년까지 봤을 때 워크아웃 협약에 의한 신규자금 공급은 거의 없었다. 자금 지원이 제공될 개연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 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크레디터스 트랙을 법원에 신청하고 합의안을 만든 다음에 자금 지원은 너무 늦는 것 아닌가. 지금의 회생절차보다 나아지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이종철 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2실장)

    "워크아웃, 자율협약은 기업의 자율경영을 보장한다. 회생절차 때는 이것보다 훨씬 제한된 범위에 관여한다. 채권자의 책임문제나, 채무자의 권익보장의 원론적인 내용은 동의하지만, 초기 부실화 기업 선별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워크아웃과 회생의 중간절차로서 장점만을 합한 게 필요하다. 크레디터스 트랙은 일종의 그레이존에 속한 기업을 위한 제안이다. 지금의 회생계획안은 기계적이다. 전체적인 채무재조정, 회생채권, 담보권 등을 영업현금흐름으로 계산해 기간에 따라 회생담보권, 이자, 출자전환 배분으로 끝낸다. 단순 채무재조정으로 정상화 못하는 경우가 앞으론 많아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