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리그테이블] 7兆 빅딜 '홈플러스', 자문시장 순위 갈랐다
입력 15.12.17 07:00|수정 15.12.17 07:00
바이아웃 재무 자문 도이치證 1위
자문 시장서 IB 입지 축소 '뚜렷'
광장, 주요 빅딜서 '존재감' 부각
  •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시장에서 홈플러스의 존재감은 컸다. 홈플러스 거래 참여 여부가 자문사의 순위를 결정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15년 연간 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경영권거래(바이아웃) 재무전략자문 부문에서 도이치증권이 발표·완료 기준 모두 1위에 올랐다. 씨티, 바클레이즈, HSBC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지난 10월 완료된 홈플러스 매각 거래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홈플러스 거래는 7조6799억원으로 올해 진행된 M&A 거래 중 가장 컸다. 두번째로 큰 삼성-롯데 빅딜의 두 배에 달했다. 거래 규모로 순위가 정해지는 재무전략부문 순위는 홈플러스의 그림자를 빗겨가기 어려웠다.

    ◇홈플러스 참여 IB 1~3위 독식

  • 상반기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 그루폰의 티켓몬스터 매각을 자문하며 실적을 쌓은 도이치증권은 홈플러스 거래에서 인수자인 MBK파트너스를 자문하며 1위의 입지를 다졌다. CJ대한통운과 국민연금이 조성한 코파(Co-Pa)펀드가 중국 룽칭물류를 인수한 거래에서 매각 자문도 맡았다.

    씨티는 홈플러스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브라질 심프레스 인수를 자문하며 2위에 올랐다. 룽칭물류 인수전에서는 인수측 자문을 맡아 도이치증권과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바클레이즈와 HSBC는 홈플러스 거래 단 1건으로 공동 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자문 1위(바이아웃 발표 기준)였던 모건스탠리는 올해 12위에 만족해야 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자문 외엔 눈에 띄는 실적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대신 넌바이아웃과 합병 부문에서 실력을 보여줬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BNK금융지주의 경남은행 포괄적 주식교환, 미래에셋생명 우선주 매각 등 거래를 잇따라 완료하며 합병 부문 1위, 넌바이아웃 부문 2위에 올랐다.

    전통의 강호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탠리에 이어 13위를 기록했다. MBK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씨앤앰과 코웨이의 매각 자문을 맡았지만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크레디트스위스는 KT렌탈과 OCI머티리얼즈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10위에 올랐다.

    국내 자문사로는 회계법인인 EY한영·삼정KPMG이 선전한 가운데 동양시멘트 매각에 참여한 한국산업은행과 동양생명보험 매각을 맡은 NH투자증권이 10위권에 입성했다.

    대기업 그룹간‘빅딜’이 트렌드가 된 가운데 양쪽을 연결하는 IB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삼성-롯데 빅딜이나 OCI머티리얼즈 매각, CJ헬로비전 매각 등 주요 거래에서 IB의 역할은 없거나 미미했다.

    특히 삼성-롯데 빅딜엔 아예 IB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홈플러스 거래에 참여한 자문사들이 상위권에서 독주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기업의 거래 경험이 쌓이며 IB가 발붙일 자리는 점점 더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삼일PwC, 회계자문 독주체제 둔화

    회계자문 부문에선 삼일PwC의 독주체제가 둔화한 점이 눈에 띄었다. 매년 여유 있는 1위였지만 올해는 격차가 줄었고, 바이아웃 완료 부문에선 딜로이트안진에 1위를 내줬다. 지난해 삼성-한화 빅딜에 이어, 올해 삼성-롯데 빅딜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참여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 지난해 최하위 삼정KPMG는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하며 가장 많은 거래 자문금액을 기록했다. 동양시멘트 매각 성공을 통해 법정관리 분야에선 이례적으로 1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아가기도 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라비스테온공조, 팬오션, LIG손해보험, 포스코특수강 등 대형 거래 자문을 끝마쳤다. 삼성-한화에 이어 삼성-롯데 빅딜에도 참여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EY한영은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분위기는 달라졌다. 올해‘젊은 피’서진석 대표 취임 후 다른 법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과의 공방에서 EY한영의 자료를 인용하며 주요 고객인 삼성그룹과 척을 질뻔한 위기도 있었으나 원만히 해결됐다. 삼성-롯데 빅딜에서 삼성 측 재무·회계 자문을 맡았다.

    ◇광장, 주요 빅딜 잇따라 자문

    법률자문 부문에선 지난해에 이어 김앤장이 1위에 올랐다. 김앤장은 동양생명보험 매각, 동양시멘트 매각, GS건설의 파르나스호텔 매각, CJ헬로비전 매각 등 굵직한 거래의 자문을 잇따라 맡으며‘1위 로펌’의 자리를 지켰다.

    광장은 주요 빅딜에서 무거운 존재감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한화 빅딜에 이어 올해 삼성-롯데 빅딜을 맡았고,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에도 참여했다. CJ헬로비전 매각과 OCI머티리얼즈 매각, 범한판토스 매각 등 주요 대기업 거래엔 빠짐없이 광장이 자문에 나섰다. 바이아웃 자문 실적이 2013년 4위에 그쳤던 광장은 지난해 2위로 올라섰고, 올해엔 빅딜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김앤장을 턱 밑까지 추격하는 저력을 보였다.

    태평양은 빅딜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홈플러스 매각은 물론, 삼성그룹의 화학부문 매각과 동양생명보험 매각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세종은 율촌을 제치고 4위로 지난해 대비 한 단계 올라섰다. 홈플러스·코웨이 등 주요 거래에서 인수측 자문을 맡았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더 많은 실적을 쌓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앤장은 부동산 거래 법률자문 부문에서도 수위를 차지했다. 씨티센터타워, 신라스테이 호텔, 쿠팡 물류센터, 국민연금이 투자한 중국 상하이와 홍콩의 6000억원대 오피스 빌딩 거래를 맡았다.

    세종과 광장, 율촌이 뒤를 이었다. 세종은 올해 시장에서 가장 거래를 많이 한 운용사로 꼽히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요 거래를 자문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채웠다. 광장은 1조원 규모 코레일 공항철도 인프라 구축 거래를 맡으며 실적을 올렸다. 율촌은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 호텔 등 해외 거래 자문에 강했다.

    기사= 투자금융팀 이재영·이서윤·위상호·박상은 인베스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