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둔화·체질개선, 한국에 '먹구름' 몰고온다
입력 15.12.17 07:10|수정 15.12.17 07:10
中 철강업계 구조조정 돌입
포스코 등에 강력한 도전장
석유화학·조선도 같은 현상
국내 수출기업은 '냉가슴'
  • 한국이 처한 ‘저성장, 저유가, 엔저’라는 3저(三低)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성장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맞물리면서 구조적인 문제로 귀착되고 있다.

    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은 증설과 산업경쟁력 향상이라는 맞불을 놓았다. 중국의 고도성장에만 초점을 맞췄던 한국 산업계는 ‘수출둔화→수급악화→마진하락’이라는 악순환에 처했다.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누구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 ‘중후장대’ 체질개선에 몸집 더 키우는 中

    내년도 국내외 투자금융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산업군으로 철강이 꼽힌다. 진원지는 중국이다. 적자 행진이 이어지는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가 세계 철강 시장에 쏟아지면서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고, 국내 철강업계의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다. 중국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체제를 전환하고 있다. 중국산 고급 철강재 수입이 급증, 국내 시장점유율이 20%에 육박한다. 중국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화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둔화, 자급률 상승으로 국내 수출업체들에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 자급률은 평균 60% 내외에서 80%대까지 상승했다. 일부 품목은 100%까지 도달했다. 관련업계에선 합섬원료, 합성고무, 합성수지 등 중국 자급률이 높은 하부 제품군에 대해 국내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글로벌 공급과잉이 문제인 조선과 해운에선 중국발(發) 구조조정이 업계 지형을 흔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형사의 중소형사 인수를 유도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조선사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운업에서도 물동량 기준 5위인 중국원양운송그룹(COSCO)과 7위 중국해운그룹(CSCL)의 합병도 추진되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자국 해운사 물량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선에 진입, 조선과 해운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손발이 안맞는 국내 조선·해운업계와 대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되살아난다 하더라도 그 사이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한국 기업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과거 한국의 성장을 이끈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 대한 다운사이징,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中 IT 경쟁력 상전벽해…치킨게임 가능성 속속

    정보통신(IT) 업계는 말 그대로 중국의 굴기(屈起) 시대다. 화웨이, 샤오미로 시작된 스마트폰발 굴기는 이제 부품업계로 퍼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중심으로 중국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LCD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중국 징둥팡(京東方, BOE)은 3년간 20조원을 들여 10.5세대급 패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은 중앙 정부가 투자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과의 불필요한 경쟁 대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설에 나섰다. OLED 시장의 개회 시점이 변수다. 이에 삼성전자는 LCD와 OLED를 두고 방향성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은 무섭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하며 팽창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또 미국 휴렛팩커드(HP), 대만 업체들과 반(反) 삼성 연합군을 구축하며 업계 생태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선 D램시장에서 있었던 치킨게임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재현될 가능성에 대해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와 관련해 경기민감도가 높거나, 대외노출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흐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수출기업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여러 대외변수들 중에서 중국의 체질개선은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국내 산업계의 선택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