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수펙스 중심 조직개편…주력사업 전문성 강화에 방점
입력 15.12.17 11:00|수정 15.12.17 11:00
김창근 의장 유임, 정철길·김영태 사장은 부회장 승진
ICT 및 에너지·화학위원회 통해 각 사업 전문성 강화
관련 계열사들, 조직개편 통해 신성장동력 발굴 의지
  • SK그룹이 조직개편을 통해 수장(首將) 공백기를 이끌었던 수펙스(SUPEX)에 더 힘을 실어줬다. 사업 측면에선 그룹의 양대 축인 ICT와 에너지·화학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모습이다.

    ◇ 역할 커진 수펙스…정철길·김영태 사장, 부회장 승진

    SK그룹은 16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2016년 그룹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 최태원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그룹을 이끈 수펙스에 더욱 힘이 실렸다. 수펙스를 진두지휘한 김창근 의장이 유임, 내년에도 수펙스를 이끈다. 전략위원장을 맡았던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SK그룹 및 SK이노베이션 실적개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영태 커뮤니케이션위원장도 그룹 운영 체제를 안착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전체 승진자는 137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꾸준히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해온 SK하이닉스가 계열사 중 가장 많은 19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지난해 48%였던 40대 승진자 비율은 올해 59%로 상승했다. 송진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등 1970년대생(生) CEO가 나오면서 세대교체도 진행되는 모습이다.

    조직 측면에선 기존 핵심사업인 ICT와 에너지·화학 부문의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전략위원회와 ICT기술·성장특별위원회가 ICT위원회와 에너지·화학위원회로 재편됐다. 이로써 기존 6개 위원회와 1개의 특별위원회로 이뤄진 수펙스 산하 위원회가 7개 위원회 체제로 바뀌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수펙스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그룹의 양대 핵심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해 좀 더 성과를 내보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 ICT 및 에너지·화학 전문성 강화…관련 계열사들 성장동력 초점 둔 조직개편

    시장에선 SK그룹이 향후 성장동력도 ICT와 화학에서 발굴할 것으로 보고 있다.

    ICT의 경우 사업형 지주사인 SK주식회사 C&C와 통신사 SK텔레콤이 동시에 ICT 부문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SK㈜는 CEO 직속으로 ICT R&D센터를 신설했다. 기술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ICT 핵심기술을 솔루션화하고 신성장동력인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인공지능(AI) 등을 발굴하는 조직이다. 수펙스 ICT기술전략담당을 맡고 있는 이호수 사장이 해당부서를 총괄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MNO 총괄조직과 플랫폼 총괄조직을 통합했다. 그 아래로 생활가치·사물인터넷(IoT)·미디어 사업부문을 뒀다. 마케팅 부문이 생활가치 부문으로, 기업솔루션 부문이 IoT 부문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미디어 부문은 신설됐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가 미디어부문장을 겸임한다. “미래 성장동력인 플랫폼 사업에 최적화된 조직의 틀”이라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ICT를 기존 유·무선통신 다음의 성장동력으로 삼은 모습이다. 시장에선 해당영역에서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SK㈜와 SK텔레콤간 업무가 중복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사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하면 어느 곳이 사업을 맡을지 고민할 것으로 본다”며 “잘 될 것 같은 사업들을 맡아 온 SK㈜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해당사업을 전담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에너지·화학부문은 실적악화로 주요 수장들이 대거 물갈이됐던 지난해와 대조적인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정유·화학 계열사의 올해 신규 임원 선임자는 22명, 사장∙부사장∙전무 승진자는 10명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각 계열사들이 해외사업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규 부서 만드는 등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E&P)와 배터리 및 정보전자소재(B&I) 부문에 사업대표 제도를 도입했다. 책임경영을 통해 해당분야에서의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SK에너지는 글로벌사업개발실을 신설해 해외 정유사들과의 협력 및 해외 신규사업 발굴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SK종합화학은 중국에 전략본부와 글로벌성장추진실을 신설했다. 동시에 신임 CEO인 김형건 사장을 비롯한 회사 주요 임원들의 주 근무지를 중국 상하이로 전진배치하기로 했다.

    SK루브리컨츠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RHQ(지역본부)를 신설해 현지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회사는 해외업체들과의 제휴 및 인수·합병(M&A)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올해 흑자전환을 이끌어낸 경영성과가 인사 및 조직개편에 영향을 줬다“며 ”내년에는 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 또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