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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은 KT렌탈 매각으로 시작해 롯데그룹의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 SKT와 CJ그룹간의 방송·통신시장 재편 거래로 정점을 찍은 후 대우증권 매각으로 일단락됐다.
연이은 메가딜(Mega Deal)이 이어졌고 국내외 투자은행(IB)들도 관여했다. 하지만 IB의 활약상과 평가는 M&A과정에서 기업의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고 딜을 진두지휘하던 과거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들은 대기업간 자발적 구조조정 거래에 초대받지 못했고, 사모펀드(PEF)들은 IB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2015년 인베스트조선 M&A리그테이블 상위 20위에 오른 IB들이 수행한 거래 규모는 107조4954억원(공동 자문일 경우 중복 집계)에 달했다. 홈플러스를 비롯해 1조원 이상 메가딜이 잇따르며 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두 배에 육박했다
메가딜 영향으로 시장 규모는 커졌으나 거래 건수는 148건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175건, 2013년에는 172건을 기록했다. 148건 가운데서도 부동산 거래와 회계법인, 산업은행의 자문을 제외하면 46건에 불과했다. 이 정도가 IB들의 올해 실질 자문 건수다. 2013년의 98건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결국 M&A를 하려는 기업들이나 PEF들이 IB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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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과 2015년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간 자발적인 구조조정 거래는 국내 자본시장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만한 사건이었지만 IB들에게는 뼈아픈 평가를 남겼다. 대기업들이 더 이상 IB의 필요성과 존재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였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 부분을 2조원에 인수하며 M&A 계약서 검토에 필요한 법무법인 광장과 기업 실사를 위해 딜로이트안진만 자문사로 선임했다. IB 몫은 한화그룹이 직접 했다.
2015년 롯데그룹이 삼성그룹의 화학사업을 인수하는 거래에서도 롯데케미칼은 딜로이트안진과 태평양을 고용했을 뿐 IB는 뽑지 않았다. CJ오쇼핑 역시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하면서 김앤장에 계약서 작성을 맡겼을 뿐, 매각 자문사(IB)는 선임하지 않았다. SK(주)도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IB의 자문을 받지 않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인 기업 오너(Owner)가 직접 협상을 하는 거래가 늘면서, M&A를 제안하고 이를 수행할 IB는 설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한 대기업 전략담당자는 "해당 업종에 대한 이해, 인수 후 시너지 창출 방안, 자금조달 계획 등 대기업이 더 정통하다"며 "굳이 IB를 고용해서 인수 자문 업무를 맡겨야 하는지 의문인데다 금융위기 이후 IB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전문 인력을 키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PEF의 성장도 IB의 역할이 위협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셀사이드(Sell Side)에서 성장한 투자은행가(I-Banker)들이 대거 PEF로 이동했고,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투자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PEF가 직접 딜을 발굴하고 투자에 나서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앤컴퍼니, 앵커에쿼티, 보고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끝낸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서 한앤컴퍼니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만 선임했다.
한 PEF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IB가 기업에 접근해 회사를 매각하거나 지분 투자 의향을 받아와, PE에게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PE들이 직접 투자처를 찾고 그 과정도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과 PE들은 이전보다 강도 높은 역량을 IB에게 요구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매각 추진하고 있는 씨앤앰, 코웨이, HK저축은행 등처럼 좀처럼 매각 방안을 찾기 어려운 사례에 대해서는 해결사 역할을, 국내 기업들의 크로스보더(Cross-border) 거래에서는 종합적인 전략을,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기업들에게 보다 높은 가격에 신속히 매각할 수 있는 방안 제시할 수 있어야 IB의 역할을 다 했다고 보는 것이다.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의 IB 기능 강화도 IB의 존재감 하락에 영향을 줬다. 회계법인의 기업 인수 거래에 수임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올해 109건의 바이아웃 거래 가운데 76건이 회계법인으로부터 재무전략자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들은 주로 외국계 IB들이 맡지 않는 중소형 거래에 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삼성과 롯데그룹간의 거래에서 EY한영이 삼성의 재무전략 자문사로 이름을 올렸다. 법무법인이 직접 거래를 발굴해 투자할 곳을 찾아 거래를 만드는 경우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역시 IB들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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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2월 29일 10: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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