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 리그테이블] 내년 상장 가능 기업 범위 넓어진다
입력 15.12.31 07:00|수정 16.01.04 21:51
거래소, 상장요건기준 완화 “다양한 기업 상장 가능해져”
  • 한국거래소가 올해 상장 규정을 대폭 완화하면서 내년 기업공개(IPO)시장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지분의 보호예수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거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형법인의 상장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거래소의 지원 아래 사모펀드(PEF)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IPO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 한 해 거래소는 기업들의 상장을 독려하기 위해 일부 규정을 수정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그동안 보수적으로 판단했던 보호예수 동의 문제와 매출 영역에 대해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했다.

  • 거래소는 이달 초 신규 상장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이라도 경영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으면 보호예수를 면제해주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특수관계인과의 분쟁으로 상장이 어려웠던 기업도 IPO가 가능해진 것이다.

    내년 상장 예정 기업 중 공모 규모가 가장 큰 호텔롯데가 이에 해당된다. 호텔롯데는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의 보호예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상장할 수 있게 됐다. 호텔롯데는 지난 21일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거래소는 지난 11월 대형법인 상장 요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시총 2000억원 이상이고 직전 회계연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으면 상장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한다. 시총이 6000억원을 넘으면서 자기자본이 2000억원 이상인 기업도 상장할 수 있게 됐다. 영업이익이 없는 대형법인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예상 시총은 10조원, 매출액은 1054억원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1052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적자기업은 코스닥 시장의 기술특례심사 제도를 통해서만 가능했지만, 유가증권시장의 규정 변화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코스닥 시장에선 기술특례상장 방식을 택한 기업이 늘었다. 올해 코스닥 상장기업 중 기술특례방식으로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12건이다. 지난해 5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상장 기업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이전엔 바이오 기업에 집중됐다면, 올해는 제조업체와 영화 제작사 등도 기술성평가를 받아 상장에 성공했다.

    올해 4월 개정된 기술성평가 심사 방식으로 기업들의 상장 문턱이 낮아진 것도 요인이다. 신청비도 절반 정도 저렴해졌고, 평가 기관수도 줄어 발행사의 편의성을 높였다. 10여곳의 기업이 기술성평가를 완료하고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내년 IPO 시장에도 기술특례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는 엄격한 잣대로 평가했던 PEF 보유기업에 대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열어줬다. 그동안 거래소는 경영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PEF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올 9월 코스닥상장심사부는 증권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명회까지 열면서 PEF 보유 기업의 상장을 독려했다.

    올해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첫 주자인 삼양옵틱스는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철회를 결정했다. 삼양옵틱스의 상장여부는 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보고펀드가 삼양옵틱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거래소의 스탠스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의미한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사모펀드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로 투자회수를 하는 사례도 나왔다. IMM PE가 보유한 캐프는 유안타제1호스팩과 합병을 결정했으나 이달 초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PEF가 보유한 기업 상장은 내년부터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유크림을 제조하는 비앤비코리아는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비앤비코리아는 SK PE 등이 투자해 만든 PEF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동부익스프레스, 전진중공업 등이 IPO를 고려하고 있다.

    거래소의 규제 완화에 증권사 IPO 관계자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정이 완화되면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이 IPO를 고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거래소가 앞장서서 국내 IPO 시장의 규모를 넓히는 것"이라며 "증권사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