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급했다"…한국제분·동아원, 사조그룹에 경영권 넘긴다
입력 16.02.02 08:33|수정 16.02.02 08:33
1000억원 유상증자 통해 경영권 인수…추가 자금 투입 예정
사조, 거래 종결 확실성 높은 인수 구조 제안
공개경쟁 매각 중단, 채권단협의회 의결 거쳐 매각 확정 예정
  • 한국제분과 동아원이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이틀 앞두고 사조그룹(사조해표, 사조대림, 사조씨푸드)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사조그룹은 이번 매각의 핵심인 '거래 종결의 확실성과 신속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접근, 제분 시장에 진입 기회를 얻었다.

    사조그룹은 1일 100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국제분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동아원의 채무 상환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전환사채(CB)도 인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제분의 자회사인 동아원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에 의할 경우 거래 종결을 확실하게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사조컨소시엄이 이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거래를 제안해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잠재 인수 후보들 사이에서 예비입찰 전 투자 유치 발표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각측이 입찰 중단 가능성에 대한 사전에 구체적으로 언급됐었고 한국제분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매각 공고문을 보면 '사정에 따라 회사 및 M&A 주간사의 고유한 재량으로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오는 3월말까지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판단한 한국제분은 지난 18일 매각 공고를 내고도 별도로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경기고 동문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과 이희상 동아원 회장의 인연이 거래 성사에 영향을 미쳤다.

    사조그룹은 한국제분 인수로 제분시장 진출과 함께 안정적인 밀가루와 사료 공급원을 확보했다. 한국제분과 동아원은 2014년 기준 연간 45만6000톤을 생산해 전체 제분시장의 24%를 점유하고 있다. 사조그룹은 밀가루가 필요한 어묵, 만두, 고추장 등을 생산하고 있다. 동아원의 사료 사업은 사조그룹의 축산업과도 연계된다.

    다음은 사조그룹의 한국제분 인수에 관한 거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비입찰 이틀 앞두고 왜 이 같은 결정이 이뤄졌나

    "한국제분과 동아원은 B2B 기업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가치가 하락한다. 지난해 12월29일 워크아웃 개시 이후 인력 이탈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원재료 수급도 악화되기 시작하는 등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어려웠다. 올해 3월말까지 투자 유치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자금수지 악화 및 회생절차 가능성으로 회사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한국제분에서는 어떻게든 우호적인 투자자를 유치하려고 했다. 한국제분은 매각 주관사와 별도로 거래를 진행해왔다."

    - 그래도 M&A 매각 공고까지 한 상황에서 이례적이다.

    "2015년말 투자 유치를 위한 M&A를 추진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이로 인해 회사측에서는 거래 종결의 확실성을 더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객과 채권단, 임직원 등 한국제분과 동아원 이해 관계자의 피해 기업가치 훼손 최소화를 위한 차원이다. 사조컨소시엄은 채권단 채무에 대해서도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제분과 동아원의 기업가치하락 전에 사조컨소시엄이 신속하고 확실한 거래 조건을 제시해 전격적으로 이번 거래가 이루졌다.

    공개입찰을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계약을 맺게 돼 잠재 투자자들에게 유감이다. 회사의 신속한 정상화를 위한 결정인 점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사조컨소시엄이 투자할 금액과 조건은.

    "현재 결정된 것은 한국제분에 대한 유상증자 1000억원과 동아원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다"

    -거래 종결 위험은 없는가.

    "거래 종결 무산 가능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건이 정해져있다. 이 거래는 100% 완결되도록 돼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제분 인수 주체인 사조컨소시엄은 누구인가.

    "사조대림 300억원(25.55%), 사조해표 300억원(25.55%), 사조씨푸트 400억원(34.06%)로 구성돼 있으며 주당 가격은 1만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경영권을 인수한다."

    -남은 절차는.

    "공개입찰은 중단한다. 워크아웃 채권단협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부결되면 다시 공개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승인이 나면 기업결합승인을 거쳐 사조컨소시엄이 한국제분 및 동아원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