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난해 상반기 벌어서 하반기 버텼다
입력 16.02.12 07:00|수정 16.02.12 07:41
증시 호전에 전년대비 영업이익 크게 뛰어
4분기 영업이익은 급감...증시 악화·ELS 영향
  •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반기와 하반기 실적 온도차가 컸다. 주식 거래 감소와 ELS 판매 부진 탓이다. NH투자증권, SK증권, 동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4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인베스트조선이 11일까지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한 10개 주요 증권사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들이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은 5조9000억여원에 달했다. 이는 2014년 4조1000억원 대비 44%나 늘어난 금액이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며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증시 일평균거래대금(유가증권 시장 및 코스닥 시장 합계)는 9조1000억원으로 2014년 6조원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리테일(소매) 부문의 수익이 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주가연계증권(ELS)이 지난해에만 77조원 규모로 발행되며 수수료 수익도 크게 늘어났다.

    가장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인 곳은 현대증권이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전년 실적의 7.5배 수준인 29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증권 측은 실적 개선 폭이 상승한 요인에 대해 "리테일 부문과 IB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자회사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아이엠투자증권 합병 등의 효과가 더해져 전년대비 2배 이상 이익이 늘었다.

    현대증권을 비롯해 대우증권등 2014년 대비 실적이 크게 호전된 증권사는 대부분 리테일이 강한 증권사였다. 리테일 비중이 크지 않은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2014년 대비 오히려 영업이익 규모가 줄었다.  2014년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사업구조 상 브로커리지 비중이 크지 않아 타증권사처럼 영업이익이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2013년에 정점을 찍었던 자산관리(WM)실적이 이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전체적인 이익 규모는 전년보다 크게 늘었지만 분기별 온도차는 극명히 갈렸다. 상고하저 현상이 뚜렷했다.

    상반기 이후 시장 흐름이 꺾이면서 대부분의 증권사 하반기 영업이익은 급감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4분기 실적이 적자전환하는 회사가 속출했다. 주식시장 지표 악화로 거래량이 급감한데다, 8월 들어 중국 증시가 급락을 거듭하면서 ELS 발행이 축소됐고 일부 증권사는 파생운용손실을 내기도 했다.

    공시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NH투자증권은 지난 4분기 100억원 전후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분기 평균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이에 NH투자증권 측은 "국내 주식시장 부진으로 위탁수익이 감소했고, ELS 판매 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홍콩H지수 기반 ELS 헤지로 인한 손실이라는 추정도 제기되지만, NH투자증권은 이를 적극 부인했다.

    NH투자증권 외에도 동부증권과 SK증권이 각각 165억원, 115억원의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동부증권은 연간으로도 2014년 20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18억원까지 떨어졌다. 골프회원권과 보유 대출채권 등의 손상금액을 반영한 탓에 지난해 연간으로 9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증권사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NH투자증권의 4분기 영업 손실은 충당금을 쌓기 위해 발생한 1회성 요인으로 추측된다"며 "전체적으로 증권사 실적이 약진한 가운데 회사별 특성에 따라 실적 등락폭 차이가 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