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자동차사업 성장해법, 결국은 M&A
입력 16.02.25 08:00|수정 16.02.25 08:00
[삼성의 '신수종' 자동차]①
배터리 외 경쟁력 및 컨트롤타워 부재
명확한 타깃 설정한 M&A 불가피
  • 삼성그룹은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전기·전자·IT 장치)을 양대 신성장사업으로 내걸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출시, 기업공개(IPO) 추진 등 가시화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전장에선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이 인수합병(M&A)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외 다른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부재한데다, 신규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렵고,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자연히 삼성그룹의 대형 M&A를 위한 사전 준비로 전자 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그간 삼성의 자동차 사업은 삼성SDI가 홀로 이끌어 왔다. 최근 세계 4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마그나 슈타이어'에서 배터리 팩 사업을 인수하며 전기차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또 삼성SDI는 케미칼 부분을 롯데에 매각, 그 자금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올인 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사업경쟁력이 있는 분야가 없다.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이라는 기치가 무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전장부품팀'을 신설했지만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팀 신설 이전에 BMW 등 몇몇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과 태블릿 PC 등을 공급해왔다. 관련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초기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정도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 역시 전장부품을 신사업으로 명시만 해 놓은 정도다.

    IT업계 관계자는 “인포테인먼트의 경우 지금은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업체들의 부상에 비쳐보면 상대적으로 시장진입 장벽이 낮다”며 “미래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자동차부품 사업을 계속 하려면 초기 전장부품에 머무르지 않고, 종합 전장 및 공조 등 그 이상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신규 투자를 시작하는 것도 부담이다. 안전에 민감한 자동차 시장의 특성상 증명이 안된 신규 부품업체의 시장 진입은 사실상 막혀있다. 이는 곧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부품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존 부품업체에 더해 완성차업체, IT 업체들 간의 각축전이 시작됐다”며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 발굴, 경쟁사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계획 없이 뛰어든다면 삼성이라도 사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려면 존재감 있는 업체에 대한 M&A가 필수불가결하다는 평가다. 이미 투자은행(IB)업계에선 삼성의 M&A 추진 가능성에 대비, 전장 관련 스터디와 자료조사까지 나섰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 사업에 대한 삼성그룹의 정확한 목표 설정이 전제돼야 한다.

    한 기관투자가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사업 목표, 그리고 인수 타깃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무엇보다도 M&A가 가시화되려면 앞장서 나설 주체와 계열사간 역할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삼성은 삼성전자(인포테인먼트), 삼성SDI(배터리), 삼성디스플레이(AMOLED), 삼성전기(전장), 삼성벤처투자(관련 투자) 등 각 계열사들이 개별적으로 자동차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는 LG화학, 전장은 LG전자로 컨트롤타워가 정리된 LG그룹과 비교된다.

    결국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선 삼성전자가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선 삼성전기의 M&A 추진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소규모 M&A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2015년말 기준 삼성전기의 현금성 자산은 1조원 정도다. 70조원이 넘는 실탄을 지닌 삼성전자가 결국 삼성 자동차사업 확장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