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PE, 성과보수 논란…"프로젝트 PEF는 보너스 못 받습니까?"
입력 16.02.29 07:00|수정 16.03.04 10:24
유정헌 PE부문대표 등, 최대 300~400억원 보너스
프로젝트펀드 운용사 과거 투자이력 평가 문제 발생
자칫 PEF 투자자들 사이의 이해상충 우려
비독립계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누구의 대변자?
  • 미래에셋PE-휠라코리아가 공동 인수한 아큐시네트가 '대박'을 예고하면서 펀드매니저들이 받을 수백억원대 보너스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 PE의 과거 실패했던 투자이력 때문에 논란도 적지 않다.

    이 사안은 단순히 몇몇 펀드매니저들의 '보너스' 문제가 아닌,  '프로젝트 사모펀드(PEF)의 성과보수 책정방법의 합리성' , '비독립계 운용사 펀드매니저의 대리인 논란' 등 난해한 이슈와 얽혀 있다.

    ◆유정헌 대표 등, 300억원 이상 보너스 책정

    국내 PEF업계에서 통상 '캐리'라고 불리는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는 대부분 '내부수익률(IRR) 8%'를 초과했을때 제공된다. 이를 초과한 수익의 20%가 운용사의 몫이다. PEF의 정관에도 거의 이 정도 내용만 담긴다.

    반면 아큐시네트에 투자한 PEF인 '미래에셋파트너스 7호'의 정관에는 "투자가 잘되면 누가 누가 보너스를 받는다" 라는 구체적인 인명까지 기재됐다. 정관에 "운용사의 성과보수 중 30%는 핵심운용역과 관리인력에게 배분한다"라고 적시했고, 정관의 별지를 통해 "유정헌 대표ㆍ 손영민 상무ㆍ박준 이사' 3명을 핵심운용역의 이름으로 넣었다. 그 사이 유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퇴사한터라 다른 2명이 핵심운용역으로 기재됐다가, 퇴사한 인사 가운데 1명이 다시 돌아왔다.

    이 정관대로면 아큐시네트 투자가 2배 이익이 날 경우 펀드가 투자한 금액(약 6000억원)의 20%인 1200억원이 미래에셋PE 몫으로 돌아온다. 이 가운데 30%인 약 360억원이 '핵심운용역과 관리인력'의 몫 된다. 줄곧 대표  펀드매니저였던 유정헌 대표가 받을 몫이 가장 크다. 업계에서는 "정관대로면 유 대표가 적어도 수백억원의 보너스를 받을 것"이란 얘기가 화제가 된지 오래다.

    PEF업계 관계자들은 "펀드 정관에 개인 이름까지 담아 보너스 배분 비율을 명시한 경우는 드물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운용사가 받은 보너스를 직원들이 어떻게 나눠갈지는 어디까지나 운용사 내부 문제여서다. 펀드 정관에까지 담을 사안은 아니다.

    미래에셋PE 핵심 관계자는 "펀드 투자자들(LP)이 요구한 사항이기 때문에 정관에 반영했으며 사규에 포함시키기 어려워 이 같이 처리했다"며 "성공보수가 생기면 관련라인이 60%를, 나머지가 40%를 갖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밝혔다.

    관련 논리도 명확하다. 즉, 투자를 잘해 운용사가 보너스를 받아갔는데, 정작 일을 많이 한 A라는 펀드 매니저는 보너스를 얼마 못받고, 대표이사나 다른 임원 또는 회사가 챙겨가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보너스가 운용역들에게 제대로 지급되었나 챙기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는 PEF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독립계 운용사에는 발생할 일이 없고, 은행ㆍ증권 등 대형 금융그룹에서 PEF를 운용하는 경우에 주로 생긴다. 미래에셋도 이 같은 케이스다.

    미래에셋파트너스 7호 PEF는 국민연금이 총 2억 달러를 제공한 최대 투자자로 참여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결국 국민연금이 직접 이 같은 '보너스 지급'을 요구했다는 뜻도 된다.

    ◆"미래에셋운용은 PE에 보너스를 몰아준다?"

    이 스토리는 PEF업계에서 한동안 회자가 됐다. 아큐시네트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다시 언급됐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궁금증(?)이 나왔다. "과연 정상기 부회장을 포함한 미래에셋 최고경영진이 왜 이 정관을 그대로 허용했을까?"라는 점이다.

    그도 그럴것이 미래에셋운용은 큰 회사다. 유정헌 대표가 있는 PE부문 이외에도, 부동산ㆍETFㆍ주식운용ㆍ일본마케팅 등 각 부문 대표들이 모두 힘을 합쳐 회사를 이끌고 있다. 회사 성장과 수익에 기여한 정도로 따지면 이들 대표들도 PE부문에 못지 않거나, 더 공로가 클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건의 투자를 잘했고 투자자들이 원했다는 이유 하나로 수백억원의 보너스가 PE부문에만 제공된다면? 조직관리 차원에서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를 인지한 PEF 업계 관계자들은 "혹시 미래에셋 최고경영진이 이 보너스 논란의 의미를 간과한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에셋 PE관계자는 "정상기 부회장 등과 직접 의논해서 정관에 만들자고 했고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에 이 정관이 수용 되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프로젝트 PEF 운용사의 '과거 실패'는 어떻게 평가?

    더 진지한 논란거리가 있다. 그럼 과연 미래에셋PE가 단번에 수백억원 보너스를 받을 정도로 그간 PEF운용 성과가 좋았냐는 점이다.

    알려진대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붕괴를 야기한 대우건설 풋백옵션에 가장 많이 투자했던 것이 미래에셋3호 PEF였다. 이 펀드 처리가 작년 금호고속 매각과 연계되면서 '박삼구 회장 vs 박현주 회장' 대결구도가 대서특필됐다. 미래에셋 5호 PEF의 경우, 웅진폴리실리콘 투자로 한때 원금손실 위기를 걱정하기도 했고, YD온라인도 한동안 적자에 시달린 이력이 있다. 그나마 수익을 올린 1호 펀드는 계열사인 '미래에셋캐피탈' 자전거래 투자로 수익을 낸 터라 PEF업계에서는 '잘못된 투자사례'로 평가 받아왔다.

    이런 과거 이력은 상관없이 미래에셋은 오로지 아큐시네트라는 '단일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펀드매니저들에게 대규모 보너스가 지급된다.

    '블라인드 펀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단일 펀드에서 여러 건에 투자하고, 펀드 전체에 대한 수익률로 평가받는다. 1건이 성공해도 다른 건이 실패하면 평균을 내어 평가 받고 보너스가 책정된다. 또 펀드가 달라진다고 해도 블라인드 1호, 블라인드 2호 등으로 연장선상에서 만들기때문에 1호 펀드 수익률이 나쁘거나 투자실패가 많았으면 2호 펀드 결성때 조건을 깐깐하게 한다든지 하는 조절장치가 있다.

    하지만 아큐시네트처럼 '특정 1건의 거래'만을 위해 설립된 PEF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 투자이력과 무관하게 '보너스'를 받는 구조가 생긴다.

    PEF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흥행하는 프로젝트 PEF가 가진 전형적인 문제"라며 "투자가 실패하면 실제 손해는 LP들이 보지만, 투자가 성공하면 성과는 GP가 나눠먹는 구조"라며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보면 손해가 없는 '복권'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PE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투자에 대해서는 손실이 난 경우가 없어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제외한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묘한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미래에셋5호 펀드와 미래에셋 7호 펀드에 투자하며 큰 손실을 본 적이 없다. 5호의 웅진폴리실리콘 투자도 손실은 피했고 YD온라인도 아직 투자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7호는 아큐시네트로 큰 이익을 볼 예정이다. 그렇다면 성공보수를 주는데 이견이 없을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투자자는 얘기가 다르다.

    일례로 행정공제회나 공무원연금의 경우 미래에셋 3호 펀드에 참여, 대우건설 풋백옵션 투자로 손실이 적지 않았다. 또 실패한 투자로 낙인찍혀 큰 고생을 했다. 이들은 추후 미래에셋 7호 프로젝트 펀드에도 참여했다. 대우건설 투자 실패로 '쓴맛'을 본 이들이 국민연금에 맞춰주느라 미래에셋PE 7호에 대한 대규모 성과보수를 동의했을지는 몰라도, 과연 한치의 거리낌이나 망설임이 없었을까는 별도 문제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PE의 성과보수는 한국의 프로젝트 PEF에 대한 성과보수 체계를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또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아큐시네트는 시작일 뿐"이라며 "10년 남짓한 국내 PEF 역사에서 프로젝트 PEF의 엑시트가 하나 둘씩 더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래에셋운용은 "실제로 어떻게 성과보수가 배분될지는 펀드가 청산이 된 이후 지켜봐야 한다는게 회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아큐시네트 상장은 작년에야 주관사를 선정했고 지분매각 등을 다 감안하면 펀드 청산까지 수년이 남아 있다.

    ◆비독립계 운용사, "회사에서 잘릴것 같아? 대표 펀드매니저로 등록해!"

    또 다른 이슈가 있다. 금융그룹 소속 PEF 운용사들의 펀드매니저들이 겪는 '정체성'(?) 문제다.  이들 펀드매니저가 "금융그룹 소속 직원이냐, 아니면 '투자자(LP)들의 대변자냐"라는 문제인데 여기서도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순수 독립계 운용사였다면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는다. '펀드매니저=운용사 주주'인 구조이기 때문. 운용사는 철저하게 투자자(LP)와 자신의 이익을 합치시켜 활동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펀드 투자자들이 나서 펀드매니저를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그룹 소속 운용사는 얘기가 다르다. 펀드매니저를 임명하거나 해고하는 권한을 금융그룹의 경영진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펀드를 잘 운용했다고 해도 OO금융그룹 회장님에게 찍히면 잘릴 수도 있다는 얘기. LP 입장에서는 자신을 대변하고 대리해야 할 펀드매니저가 금융그룹에 휘둘리고 잘리는 걸 극히 싫어할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 PE의 보너스는 이런 인식을 전면에 세워 "펀드매니저가 제대로 보수를 받도록 정관에서 규정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통용된 사례다

    그런데 OO금융그룹 입장에서 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운용사 자본금도 OO금융그룹이 다 냈고, 펀드를 설립할 때 내는 수백억원 출자금(GP Commitment)도 금융그룹이 대신 내줬는데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라고 할만하다.

    최근 이 문제가 다른 곳에서도 표면화됐다. 최근 한화자산운용 밥캣 프리IPO PEF의 '운용역 해고 사태'다.

    한화자산운용은 PEF 부문에서는 업계 '초보자'였다. 투자 경험을 보유한 펀드매니저들이 한화운용에 조인하면서 그때부터 대규모 프로젝트 PEF를 만들었다. 그게 밥캣 프리IPO PEF였다. 이 펀드 조성과정에서 펀드매니저들의 '역할'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고, 이를 무기로 삼아 한화운용은 펀드 투자자에게 사전동의도 받지 않고 대표 펀드매니저를 사실상 해고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기관투자자들은 당연히 분노에 가득차 한화운용에 '펀드매니저를 복귀시키라'고 항의했다.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와 경영진들이 PEF에 대한 경험이나 인식이 부족한 초보라는 사실이 가감없이 드러난 사례. (공교롭게도 이때 펀드매니저들이 또 미래에셋PE에서 아큐시네트 거래를 주도한 손영민 상무 등이다)

    이런 문제를 일찌감치 인식한 명민한(?) 펀드매니저들은 처음부터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도 한다.

    일례로 금융그룹 소속 운용사 펀드매니저가 갑자기 회사의 '대표이사'로 승진한 경우. 그간 맡고 있던 '대표 펀드매니저' 타이틀을 내려놓는 식이다. 이렇게되면 금융그룹은 계열사 대표에 대한 임면권을 휘두를 수 있고, LP들은 행여 그가 해고되더라도 '대표 펀드매니저 교체'라는 최악의 리스크는 회피할 수 있다.

    물론 펀드 매니저 본인에게는 큰 '손해'다. 하지만 '비독립계 운용사가 소속 금융그룹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 PEF를 만드는' 비정상적인(?) 거래가 횡행하는 한국 PEF업계에서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해 고안해 낸,  자기희생적인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거꾸로 업계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금융그룹에서 나를 해고할 거 같으면 후딱 대표 펀드매니저로 등록하라"는 조언(?)이 그것. 투자자(LP)를 앞세워 금융그룹을 협박하라는 의미다.

    이런 구조적인 이해상충 문제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국내 PEF업계의 발전을 막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