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바꾼 VIG파트너스, 투자 성적도 달라졌다…6000억 펀드조성 '청신호'
입력 16.03.03 07:02|수정 16.03.03 10:06
  • VIG파트너스(옛 보고인베스트먼트 그룹)가 한국 버거킹 매각을 통해 LG실트론 투자 실패 이후 달라진 면모를 사모펀드(PEF) 시장에 입증했다. 원금만 겨우 지켰던 1호 펀드와 달리 2호펀드에선 버거킹 매각만으로도전체 펀드 투자 원금 이상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삼양옵틱스, 에누리닷컴 등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버거킹 매각은 중견·중소기업 바아이웃(Buy-out)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이후 첫 투자회수로 회수 실적이 좋아 현재 진행중인 6000억원 규모의 펀드레이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2호 펀드 원금을 모두 회수한 투자자들이 신규 펀드에 출자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기존 투자자의 출자는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는 밑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버거킹, 850억원 투자해 1100억원 남겨

    버거킹만으로 2호펀드 투자원금 모두 회수

    지난 18일 VIG파트너스와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가 잠정 합의한 한국 버거킹 지분 100% 거래 가격은 2100억원. 3월말 매각이 완료되면 인수금융 원리금을 제외하고 VIG파트너스는 보고제이호 펀드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1670억원가량이다. 2014년과 2015년에 유상감자와 배당으로 먼저 투자 회수한 270억원도 있어 VIG파트너스는 버거킹 투자로만 총 1940억원을 회수할 전망이다.

    2012년 11월 인수 당시 투입한 금액은 총 1100억원, 이 가운데 350억원은 대출로 마련한 점을 감안하면 850억원을 투자해 1100억원 가량을 번 셈이다. 투자수익률(IRR)은 30%가량이다.

    이미 다른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에서 회수한 257억원까지 더하면 버거킹 매각 이후 VIG파트너스 2호 펀드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의 1.16배인 2197억원을 회수한다. 옛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 시절 운용했던 1호 펀드는 LG실트론 투자 실패 등으로 겨우 투자 원금만 되찾은 정도였다.

    2호 펀드의 추가 수익은  DSLR 카메라 교환렌즈 전문업체 삼양옵틱스와 가격비교 서비스 기업 에누리닷컴 책임질 예정이다. 삼양옵틱스는 지난해 572억원의 매출액에 상각전이익(EBITDA) 192억원을 기록했다. 계획대로였다면 보고제2호펀드의 첫 투자회수는 삼양옵틱스로 예정됐으나 지난해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다 주식시황 악화로 중단했다. 당시 삼양옵틱스의 가치는 최대 1850억원. 2013년 8월에 VIG파트너스의 인수가는 680억원이었다.

  • 650억원에 인수한 삼양옵틱스, 기업가치 1800억원대

    에누리닷컴, 인수 1년여만에 기업가치 30% 상승

    바디프랜드, 매출·EBITDA 해마다 두 배씩 성장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누리닷컴은 2014년 매출액 18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9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골프 부킹 서비스 스타트업 '그린웍스', 스마트 택배 서비스 '스윗트래커', 모바일 광고 플랫폼 스타트업 '쉘위애드' 인수 효과가 반영됐다. 오는 2018년 목표는 매출액 8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이다. 지난해 키움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3곳의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100억원을 투자 받았는 데, 당시 투자 받기 전 기업가치(Pre Money)가 1000억원이었다. VIG파트너스는 730억원을 투자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보고1호펀드와 달리 2호펀드는 기대 이상의 수익이 나고 있다"며 "1호 펀드의 투자 부진을 만회할 정도"라고 말했다.

    VIG파트너스의 다른 투자들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보고2호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투자한 헬스케어 전문기업 바디프랜드는 앞으로 VIG파트너스의 위상을 한층 높일 투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매출액이 두 배씩 늘고 있고 지난해 EBITDA는 735억원을 기록했다. 수년 내 예상 기업가치가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등 안마의자 가구당 침투율이 20~30%에 이르는 반면 국내는 겨우 1~2% 수준에 불과한 점을 보고 바디프랜드에 투자했다. 지난해 바디프랜드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70%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사물인터넷기술(IOT) 기술과 접목해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월 창호 전문기업 '윈체'도 인수했다. 국내 유일의 PVC 창호 전체 공정을 수직계열화한 기업으로 건자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VIG파트너스가 중소·중견기업 중심 바이아웃(Buyout) PEF로 시장이 확실히 자리 매김을 했다"며 "LG실트론 투자 실패가 약이 됐다"고 평가했다.

    2호펀드 투자자들 "신규 펀드에 재투자 검토"

    연말까지 6000억원 규모 신규 펀드 모집 진행

    LG실트론 투자 실패 이후 보고펀드는 쪼개졌다. 변양호 대표는 LG실트론 투자 회수와 동양생명 매각이 끝나면 후선으로 물러나고 이재우 대표는 보고인베스트먼트를 박병무·신재하 대표는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을 맡아 각자 경영을 하기로 했다.

    박병무·신재하 대표 외에 이철민·안성욱 부대표 4인 파트너로 체재를 바꾼 보고인베스트먼트는 이전과는 다른 투자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성장잠재력이 크지만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중견 기업에 주목했다. 인수 경쟁을 피해 매력적인 가격에 경영권을 확보한 후,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분리 이전에도  버거킹, 삼양옵틱스, 에누리닷컴 투자를 통해 이같은 전략을 펼쳤지만 펀드 분리 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표적인 투자가 바디프렌드.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명확한 투자 전략과 인수 후 기업가치 개선 전략의 구체화 외에 구성원 모두가 투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이 좋은 투자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견·중소기업에 투자하면서 전 임직원들이 창업가 정신과 주인의식을 갖게 된 점도 좋은 투자를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한편 버거킹에 대한 성공적인 투자 회수와 바디프렌드 등 투자 기업들의 가치 상승은 신규 펀드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실제 상당수 VIG파트너스 투자자(LP)들이 2호 펀드에서 회수한 금액을 다시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고, 2호 펀드의 유일한 해외투자자였던 다이와증권도 펀드 출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와증권의 투자는 다른 해외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전망이다. 3호 펀드 역시 투자처는 중견·중소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