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갈길 먼 실트론 지분 매각, LG반발로 주주간계약 난항
입력 16.03.29 07:00|수정 16.03.29 07:00
오릭스 PE 일본 본사 투심위 통과 불구, LG그룹 입장 강경
동반매도권ㆍ증자동의권 요청…LG "협상대상 아니다"
  • 보고펀드의 인수금융 기한이익상실 이후 1년 8개월을 끌어온 LG실트론 지분 29.4%에 대한 해결이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오릭스PE) 일본 본사의 투자심위의원회 조건부 통과로 진척을 보인듯했지만 실제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오릭스PE가 투자하려면 LG실트론 경영권을 쥔 (주)LG와 주주간계약(SHA) 체결을 해야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나타난 양측 입장차는 생각보다 컸다. 이달 내 주주간계약 체결과 투자 집행은 단지 대주단의 희망인 듯 했다. 동반매도권(Tag Along)에 대해 (주)LG는 "애초부터 줄 수 없다고 했는데 오릭스PE가 달라고 한다"며 반발했다. 이를 위한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주)LG의 입장이 상당히 강경하다.

    디폴트 난 인수금융을 해결해야 하는 대주단과 LG실트론 지분을 인수하고 싶은 오릭스PE는 한 배를 타고 있다. 이들은 (주)LG가 동반매도권을 부여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①경영권 지분이 아닌 투자의 경우, 동반매도권을 부여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 ②협상 초기에 동반매도권 부여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오릭스PE와 대주단은 두번째 부분을 더 언급하고 있다.

  • 복수의 거래 관계자들은 "2014년 하반기에 오릭스PE가 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주주간계약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당시 동반매도권에 대해선 (주)LG와 차등프리미엄을 갖는 형태로 논의됐다"며 "오릭스PE가 전혀 없던 논의를 이제 와서 주장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초에 (주)LG가 보고펀드와 소송이 잠잠해지자 동반매도권 부여에 대한 불가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2014년 7월 보고펀드는 LG실트론 부실 경영에 책임을 묻겠다며 (주)LG와 구본무 LG그룹 회장에 소송을 제기했고 LG그룹도 "배임 강요 및 명예 훼손"이라며 맞소송을 걸었다. 이듬해 1월 대주단이 '오릭스PE와 SHA을 체결 할 경우 소송을 취하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를 보고펀드가 상당부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소송에선 2015년 12월 보고펀드가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보고펀드가 SHA 계약을 전제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LG그룹이 '동반매도권을 줄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오릭스PE와 대주단은 (주)LG를 나중에 설득하기로 하고 우선 양자간 거래를 진행했다. 현재도 오릭스PE는 차등 프리미엄을 전제로한 동반매도권을 원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오릭스와 대주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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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LG에선 지난 1년간 태그얼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오릭스PE가 이제와서 요구하는 점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주)LG는 이에 대해 "아주 초기 단계에서 동반매도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협상 초기에 '동반매도권은 줄 수 없다'는 명확한 입장을 오릭스PE에 밝혔다"며 "앞으로도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주)LG는 보고펀드가 동부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을 인수할 당시 이와 관련한 주주간계약이 없었고,  향후 경영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동반매도권을 부여할 이유가 없다는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 동의권'도 주주간계약의 쟁점 가운데 하나다. 현재 LG실트론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증자가 가능하다. 이사회에서 재무적투자자(FI)의 몫은 2석에 그치다보니 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LG의 의지만으로도 유상증자 실시가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주)LG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할 경우, 오릭스PE의 지분은 희석된다. 거래 관계자는 "오릭스PE 입장에선 증자 동의권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실트론은 2103년 구조조정을 거친 이후 부진을 딛고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상각전이익(EBITDA)은 889억원, 영업손실은 -28억원으로 기록, 2014년말 EBITDA 844억원, 영업손실 337억원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위해선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6800억원에 달하는 순차입금을 줄이고 신용등급 회복을 통한 자금 조달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동반매도권과 증자동의권에 관한 (주)LG와 오릭스PE간의 협상은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단시간 내에 타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금까지 거래가 진행된 속도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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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주단은 오는 23일까지 1250억원의 인수금융과 후순위 전환사채(CB) 투자에 관한 동의를 받고 오릭스PE의 지분 인수 지원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오랜 시간을 끌어온 만큼 빨리 끝내고 싶은 대주단의 (주)LG에 대한 압박도 엿보인다. 그러나 대주단이 더 이상 (주)LG를 압박할 카드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인수금융 제공 규모가 가장 컸던 우리은행이 대주단을 대표해 이번 거래를 이끌고 있다. 반면 LG실트론에 가장 많은 여신을 제공한 곳은 한국산업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이 대주단 가운데 두 번째이고 기업 여신 규모 역시 두 번째이지만 LG그룹을 압박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단과 기업여신 제공 금융회사가 이해가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이 점이 거래 속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주단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자신들의 몫을 다 한 상황이다.

    결국 남은 부분은 오릭스PE가 (주)LG를 설득하는 길 밖에 없어 보인다. 그간의 느린 거래 과정에서 오릭스PE는 천천히 LG그룹의 빗장을 풀어왔다. (주)LG는 기업실사 기회 제공했고, 3년내 기업공개(IPO) 동의, 이사회 1석 부여 등에도 동의했다. LG그룹 입장에선 대주단을 배려해 상당한 양보를 한 것이다.

    (주)LG가 동반매도권과 증자동의권을 부여할 경우, 오릭스PE는 LG그룹에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도 있다. 오릭스PE가 가시적으로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오릭스PE와 대주단은 대신 29.4%의 지분을 대주단이 부실채권(NPL)으로 매각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잡음, 보고펀드와 소송 장기화 일단락, 신뢰할 만한 2대 주주 확보 등을 언급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그간 오릭스PE의 협상 과정을 보면 마지막에 상대방에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적정 시점이 되면 한 번 더 제안을 한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LG가 오릭스PE의 요청에 절충하는 형태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그간의 협상은 구조조정 중인 기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어떤 결론을 낼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