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임기만료 앞두고 잡음 시작된 포스코
입력 16.05.11 07:00|수정 16.05.12 16:10
유력 후보군 입지 줄면서 권 회장 상대적 부각
차기 회장 후보군 견제 시각
실적·신인도 하향 지속…"차기 권력구도 집중할 때 아니다" 지적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게 되면서 차기 회장직을 놓고 내부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거론되던 차기 회장 후보군들은 잇따라 배제되고 있다. 권 회장이 잠재적 경쟁자들을 견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권력구도에 대한 잡음이 나오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 권오준 회장(사진)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취임 당시 30만원대의 주가가 지난해 1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연임은 힘들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최근 철강가격이 소폭 회복되고,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는 20만원대 중반까지 회복됐다. 그룹 내 안팎에선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은 지난 설 연휴에도 미국 출장에 나섰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이란 순방에도 참여하는 등 연일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라며 "연임에 대한 권 회장의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는 권 회장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키우지 않아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직 회장의 연임 가능성으로 차기 회장직에 대한 경쟁이 이미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1일 황은연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사내이사로 임명될 가능성도 컸다. 황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실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후 2월19일 이사회는 황 사장 대신 최정우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부사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했다. 포스코 사장이 등기임원에 임명되지 못한 사례는 많지 않다. 황은연 사장이 등기임원에서 배제되면서 차기 회장 경쟁에서도 다소 힘이 빠지게 됐다는 평가다.

    다수의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업계에선 황은연 사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여겨져 왔다"며 "지난 이사회의 결정은 권오준 회장이 차기 유력주자에 대한 견제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포스코는 재무구조 개선에 우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인수합병(M&A)·자산매각 등의 전략을 세우는 가치경영센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최정우 가치경영센터장이 등기이사에 임명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청명 포스코 가치경영실장(현 포스코플랜텍 사장)이 유력한 차기 리더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얀마 가스전 매각 관련 문건 유출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시장·업계에선 '재기가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였던 이영훈 전(前) 재무투자본부 부사장은 현재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증권업계에선 "이영훈 부사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투자를 줄이는 기조를 강력하게 시행하면서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고 싶어하던 정치권의 '윗선'에 밉보이게 돼 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밝혔다.

    포스코 회장 선임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권의 개입으로 실형을 선고 받거나 불명예 퇴진을 한 선대 포스코 회장의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내부에선 권 회장에 힘을 싣는 의견이 나오지만, 외부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그간 권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는 보였지만 그 성과는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사상 첫 연간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6598억원)이 전년 대비 약 10%가량 줄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들어 포스코 신용등급(스탠더드앤드푸어스: BBB+,무디스: Baa2) 전망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구조조정 역시 비주력사에 치중됐고, 주력사인 포스코에 대해선 손을 대지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권 회장이 임기 동안 비(非)철강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자산매각 등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해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포스코 자체에 손을 대지 않는 구조조정은 권 회장이 아니더라도 진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간 경영·재무적으로 특별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 차기 회장직을 두고 잡음이 흘러나오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철강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거론될 만큼 업황이 좋지 않은데 ‘내부에선 차기 권력 경쟁에만 힘을 쏟고 있고, 그 와중에 정치권의 개입으로 더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매번 포스코 회장 자리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회사는 중국발(發) 공급과잉 지속·세계 철강수요 약세 등 악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추가적으로 어떻게 더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인지, 회사 비전이 무엇인지에 보다 집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