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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입장에선 삼성중공업을 가져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현 상황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주체는 삼성전자뿐이다. 실제 지원이 이뤄지면 삼성전자 주주입장에선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을 버리면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주주인 삼성전자가 모른 척 할 수 없다. 대주주가 나서지 않는 것은 다른 주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구조조정을 독려하는 정부와 등을 지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금융업계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누군가는 삼성그룹 입장을, 또 다른 누군가는 조선업계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석유화학·방위산업 등 비주력 산업을 정리하며 슬림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플랜트·건설 등 중공업 계열사들도 사실상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돼 있다. 삼성중공업의 자구안 제출은 삼성그룹이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입장에선 그룹 차원의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이 바탕이 돼야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삼성에 압박을 가하는 이유다.
정부와 삼성그룹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견해 차는 쉽게 좁혀질 기미가 안 보인다.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넓게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덩치 큰 조선업 구조조정…삼성重이라도 쉽게 가고픈 정부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29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구안을 제출하라는 정식 공문을 받았다. 정상기업임에도 자구안을 제출하게 된 계기는 3일 전 금융위원회의 결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5월17일 비핵심자산 매각과 인력조정 등이 포함된 자구안을 제출했다.
이후 자구안을 놓고 '거절', '반려'했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공식적인 피드백을 받은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산은 역시 "와전된 것"이라며 2차 자구안 제출 요구에 대해서도 그런 바 없다며 현재 검토 중인 상태라는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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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산은은 삼성그룹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표면화한 적자 폭은 작지만, 수주절벽을 만난 점을 강조한다. 신규 차입과 차입금 상환을 감안하면 대책을 안 세울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주주가 멀쩡히 있는 회사이니 주주도 자구안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7.62%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더 나아가 그룹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주길 바라는 눈치다.
정부 입장에선 삼성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이번 구조조정에 그룹의 명운 자체가 걸려 있다. 일찌감치 정부가 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의 처리만 기다리고 있다. 삼성은 그룹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상대적으로 지원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이번에 어떻게든 삼성중공업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원을 약속 받아 놓아야 조선업계 전체 구조조정을 한층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처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삼성의 결단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시장에선 해양·상선·방산 분리 매각 및 합작회사 설립 등 대우조선해양 처리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 시나리오의 주인공이다.
◇ 삼성, 지원 이유 불충분…’변화’ 택한 이재용 체제도 주요 변수
이에 대해 삼성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룹은 삼성중공업이 당장 위기에 빠진 회사도 아니고 여신만 유지되면 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위기'를 이유로 자금 회수에만 나서려고 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내년까지 삼성중공업이 상환해야 하는 공모회사채는 6000억원이다. 이는 2조원가량의 현금성자산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대주주인 삼성전자가 비주력 계열사인 삼성중공업 지원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주주들의 거센 반발은 불가피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룹이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구조의 퍼즐을 맞춰놓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삼성중공업을 지원할 만한 사재가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그룹 내에서 삼성중공업의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게 이번 갈등의 핵심이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은 'IT'와 '금융'의 두 축으로 재편 중이다. 그 와중에 비주력 산업은 정리를 하고 있다. 조선업이 이 부회장의 사업 재편 시나리오 상 생존명단에 없다고 보는 게 다수의 평가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비유하자면) 이익이 나지 않는 종목은 과감히 손절매하는 펀드매니저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라며 "이 부회장이 수익이 석연찮은 조선사업을 계속 끌고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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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잠재적 사업위험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에 비해 매각 가능한 자산이 없고, 잠재손실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주잔고 중 해양부문의 비중이 크고 해양설비들의 인도 시점도 경쟁사 대비 비교적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지원에 직접 나선 점을 언급하며 삼성중공업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그룹 일감이라는 캡티브마켓(전속 시장)이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해외 물량이 대부분이다. 그룹 입장에선 삼성중공업을 지원할 유인이 더 적다는 것이다. 또 삼성중공업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그룹 지배구조 핵심이 아니며, 적자행진으로 브랜드 제고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 삼성, 지원 이유 불충분…'변화' 택한 이재용 체제도 주요 변수
정부는 삼성그룹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제2의, 제3의 압박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후방 지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가 삼성이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삼성중공업은 계륵이다. 삼성중공업이 고용한 전체 직원 수는 4만명에 이른다. 이 중 물량팀을 제외하고 직접 고용된 인원만 1만명을 넘어선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꼬리 자르기' 인식이 커지면 삼성그룹에 대한 여론 악화는 불가피하다. 삼성이 지원에 나서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협상 카드를 정부에 제시할 수도 있다. 정부와 삼성그룹 간의 대립구도는 지루한 신경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계·조선업계 등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와 삼성그룹 모두 각자의 입장을 최대한 고수할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삼성중공업 지원 문제는 뚜렷한 계기가 있어야 해결이 되는 시간이 오래 걸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조선업 구조조정도 그만큼 지연될 기미가 보인다고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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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25일 17:00 게재]
책임경영 차원에서 삼성그룹이 나서야 한다는 정부
삼성그룹이 삼성重 지원할 이유·사재출연 여력 불충분
'줄다리기' 시작…단기간에 매듭 풀기 어려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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