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턴어라운드 한화손보, 계열사 지원에 발목
입력 16.05.30 07:00|수정 16.05.30 07:00
한화손보, 적자에서 벗어나 실적개선
실적 나이지자 계열사 지원에 나서
한화금융투자로부터 한화금융센터 빌딩 매입
한화손보 “운용수익률 고려한 선택”
  • 한화손보가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자구 노력의 효과를 봤지만, 계열사에게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자본건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열사 지원을 위해 현금을 소모하며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계열사 보유 부동산을 매입하며, 랜드마크 격인 건물도 내다파는 삼성계열 보험사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화손보는 지난 2013년 43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4년 16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1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도 지난해 수준의 실적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한화손보의 실적개선에는 회사의 자구노력이 뒷받침됐다. 과거 실손보험 판매시 심사역량(언더라이팅) 부족으로 손해율이 크게 오른 점이 실적 저하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 및 언더라이팅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 지난해에는 84.6%의 손해율을 기록하며 업계 평균인 86.1%를 하회했다.

  • 원수보험료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3조원 수준이던 원수보험료는 2014년 4조28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4조5481억원으로 늘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1년 이후 수익성 중심의 보장성보험 판매를 통해 우량계약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회사의 장기위험 손해율 격차는 상위 경쟁사 대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자구노력으로 회사의 사정이 나아졌지만 이제는 계열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화손보는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여의도 한화금융센터 빌딩 내 한화투자증권 보유분을 1327억원에 매입했다.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에도 금융권에선 한화투자증권의 유동성지원 차원이란 시각이 더 강하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등으로 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급여력(RBC) 비율을 올려야 하는 한화손보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화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은 165%로 지난해 9월말 보다 17.3%포인트 하락했다. 다음달에는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외부차입으로 RBC비율 높이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화금융센터 빌딩 매입을 위해서 큰 돈이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라며 “부동산 매입이 RBC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보험사가 계열사 건물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화생명은 2011년 한화케미칼로부터 중구에 위치한 장교동 한화빌딩을 3950억원에 사들였다. 또한 2013년에는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화빌딩도 1255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사정이 어려운 계열사 지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지난해에는 장교동 한화빌딩 리모델링에 나서면서 한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2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화계열 보험사들의 이런 행보가 삼성계열 보험사와 비교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자본확충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 그룹의 랜드마크 격인 태평로 빌딩을 매각했다. 이 외에도 수송동 종로타워를 비롯해 지방의 사옥들을 매각하며 지급여력(RBC)비율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한 삼성그룹 금융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국내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영업용 부동산을 제외한 투자 부동산 대부분을 정리하고 있다”라며 “계열사 소유 부동산의 경우 가격의 적절성을 떠나 투자 목적에 문제의 소지가 있어 일반 부동산 투자보다 엄격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 관계자는 “건물매입이 RBC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라며 “투자수익률 면에서도 현재 운용수익률 이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 건물 매입을 결정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