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부담 홀로 떠안는 포스코건설
입력 16.06.10 07:00|수정 16.06.10 07:00
1분기 순손실에도 그룹 민자발전 투자 지원
2015년 공사잔량 계열사 비중 1% 불과…그룹 지원가능성도 ↓
"주택건설 경기 악화 이후 대비책 마련 필요"
  • 포스코건설의 그룹 계열사 지원부담이 계속되고 있다. 매년 경영실적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그룹의 민자발전소 투자 지원에 나섰다. 그 와중에 지난해 사우디국부펀드(PIF)가 포스코건설의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그룹의 지원가능성은 더 줄었다는 평가다. 투자업계에선 포스코건설이 향후 주택경기 악화를 대비해 현금성자산을 축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계열사 포스코에너지로부터 포스파워 지분 5%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분취득으로 인한 자금유출 규모는 242억원 수준이다. 포스파워의 화력발전소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유상증자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포스코건설의 자금유출이 예상된다. 포스코건설은 "설계·구매·시공(EPC) 계약을 수주할 경우 추가로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며 "정확한 자금 지원 규모는 현 단계에선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건설이 그룹의 석탄민자발전소 투자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기존 민자발전소의 가동률이 30~40%대에 머무르는 등 민자발전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는 지역 환경문제가 얽혀있고, 완공까지 대략 5년간 수익을 내기 어려워 외부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룹 차원의 투자와 계열사 지원으로 포스코건설의 부담 가중 사례는 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1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한 주된 배경으로 브라질 CSP 고로현장이 꼽힌다. 올해 1분기말 기준 CSP 현장에서의 공사미수금 규모는 6430억원 수준이다.  이 사업장은 모기업 포스코가 20% 지분투자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CSP 현장의 공기 지연을 두고 포스코건설의 책임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인가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미수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전체 공사미수금 규모만큼 포스코건설이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그룹 발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실적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최근 그룹향(向) 매출이 줄어든 데다 오히려 그룹 발주 현장에서 손실을 보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의 공사잔량에서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20%수준에서 2015년 1%로 크게 줄었다.

  •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1년 그룹에서 발주한 2800억원 규모의 북경포스코센터 건설에 시공사로 참여했다. 해당 건설현장은 지난해 완공됐다. 하지만 공사미수금이 발생했고, 이를 포스코건설의 중국 자회사(Dong Fang Jin Hong)가 지분으로 인수했다. 2013년말 기준 1948억원 수준이었던 이 회사의 부채규모는 2014년말 2988억원으로 늘었다. 현재 포스코건설은 이 회사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4년 포스코플랜텍에 약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자본 전액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달 상장폐지됐다.

    일각에선 포스코건설의 그룹 지원이 지속될 경우 2대주주 PIF가 투자철회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그룹의 지원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2대주주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PIF는 포스코건설 투자지분 철회(exit)가 가능한 조항을 포스코와 지분계약 당시 확보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시장 관계자들은 포스코건설이 향후 건설경기 악화를 대비해 현금성자산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연결기준으로 포스코건설의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은 9543억원, 포스코대우와 포스코에너지 현금성자산은 각각 2317억원·1158억원이다. 포스코(별도기준 1조6894억원)를 제외하면 포스코건설이 계열사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점은 그룹의 신규투자가 거론될 때마다 포스코건설의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는 주택건설 경기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이후 경기가 나빠질 것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그룹 매출 물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계열사로 투자지원이 늘어나는 상황은 신용도에 부정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