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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기업들이 연이어 좋은 실적을 냈고,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제품들의 시황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시장논리에 맡기자고 주장해 온 업계에선 더이상 정부가 나설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 또한 한 발 물러난 모양새를 취하며 기업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잡았다.
◇ 대규모 장치산업에 이해관계자 많아…“정부 개입 어려운 산업”
석유화학은 과거부터 산업 특성상 정부가 구조조정을 이끌기 쉽지 않은 업종으로 꼽혔다. 일단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변수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을 하더라도 글로벌 경기, 유가, 해외기업들의 설비투자, 중국 수급상황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대규모 장치산업이기에 인수·합병(M&A)이나 자산 인수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적지 않은 자금을 들여 인수해 설비들을 폐쇄하면 경쟁사에나 좋은 일”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제품군도 다양하다. 제품마다 업황은 제각각인데 몇몇 제품의 공급과잉 및 스프레드 악화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거론하긴 쉽지 않다. 특정 생산설비만 따로 떼어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같은 산업단지 내 통폐합이 아닌 이상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예외도 있다. 2000년대초 화학섬유업계 통폐합 과정에서 탄생한 휴비스가 대표적이다. 휴비스는 서로 다른 곳에 생산설비를 둔 삼양홀딩스와 SK신텍이 통합해 세웠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도 다양하다. 기업들은 정책금융과 시중은행들 외에도 주식시장과 회사채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여러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이 회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종종 비교대상이 됐던 일본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무보증 회사채 발행이 잦지 않다. 금산분리도 안 돼 있어 기업들이 금융계열사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금융기관을 비롯해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적어 정부가 기업과 손잡고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었다”며 “한국 정부가 그런 식으로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들 실적개선에 명분 약해져…정부도 한 발 물러나
지난해 ‘5대 경기민감업종’으로 한창 거론되자, 석유화학 기업들은 업종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석유화학이 조선·해운·건설·철강만큼 위급하진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한다는 건 사실상 전방위로 메스를 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됐던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상당수가 이런 방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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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의 실적이 연달아 개선되면서 이같은 의견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공급과잉 문제에 시달려 온 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 제품들의 마진도 개선세다.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제품으로 꼽혔던 고순도 테레프탈산(TPA)조차도 한숨 돌린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채권시장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언급하기엔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정부도 뒤로 물러섰다. 지난달말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석유화학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컨설팅을 통해 경쟁력을 진단해 설비감축이나 M&A 등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해당 기업들은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을 통해 M&A 규제 완화, 절차 간소화, 조세 특례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감산에 들어간 TPA는 지금처럼 생산을 줄이는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조선·해운 구조조정만으로도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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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23일 08:30 게재]
“시장에 맡기자” 의견 힘 실려
정부도 기업 자율에 맡기고 한 발 물러난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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