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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시멘트업계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한라시멘트 매각은 결과적으로 지배주주만 바뀌었지만 올 하반기 있을 현대시멘트 매각이 다시 시멘트업계 재편의 촉매가 될 전망이다. 과점 체제인 시멘트 시장의 구도상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를 수 있다. 한앤컴퍼니, 베어링PEA, 산은PE 등의 시멘트 기업 인수와 투자로 이제 시멘트업계는 가격 경쟁이 아닌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지향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인베스트조선은 현대시멘트 매각 전망을 시작으로 달라진 시멘트 시장의 여건, 5년 후 시멘트 시장 재편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2000년 이후 시멘트 시장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가격전쟁(Price War)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승자는 없고 시멘트사 전반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시멘트 업체들은 적자생존식 가격 경쟁은 업계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절감했다. 가격 경쟁이 끝난 후 시멘트 시장은 다시 정상을 되찾고 있다.
삼표그룹이 시가의 2배를 주고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이유도, 한앤컴퍼니와 베어링PEA·글랜우드PE가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를 인수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가파른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바닥을 친 이상 꾸준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PEF의 시멘트 시장 진입은 출혈 경쟁에서 수익성 위주의 가격 전략으로 변화를 유도해, 시장 전반의 파이를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사례를 봐도 같은 양상이다. 원자재 가격의 안정과 점진적인 가격 인상으로 시멘트 시장은 업계 재편이 다시 나타날 앞으로 5~7년 골디락스(Goldilocks)성장이 기대된다.
◇PEF 참여로 경쟁 가능성 줄어…"가격 경쟁 효과 없다" 학습효과도
PEF의 시장 참여는 시멘트 회사간 경쟁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과점 체제가 고착화된 시멘트 시장의 특성상 투자회수 시기를 고려해야 하는 PEF가 가격 인하를 통해 힘의 균형을 깨뜨려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쓰기는 쉽지 않다. 실제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보다는 시멘트 가격 인상을 꾀해 투자회수를 극대화하는 것이 낫다는 게 PEF들의 생각이다. 일시적인 주인인 PEF로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굳이 경쟁사를 도태시키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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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례를 통해 가격 경쟁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났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라시멘트 주도로 이뤄진 출혈 경쟁은 업계의 수익성을 끌어내렸을 뿐, 기대했던 점유율 상승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2009~2010년 사이에 벌어진 두 번째 가격 경쟁 역시 시멘트 업계가 큰 동요 없이 대응함에 따라 1년만에 막을 내렸다.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를 제외하면 가격 경쟁에 나설만한 체력도 부족하다.
경쟁 완화 분위기는 현대시멘트 인수를 검토하는 PEF에도 긍정적인 요소다. 두 차례 가격전쟁 후 시멘트 가격은 안정을 되찾았고, 시멘트 회사들의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지역과 오랜 고객에 기반하는 시멘트 산업의 특성상, 경쟁에 따른 변동성이 줄어들면 높지 않은 점유율로도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주요국 대비 낮은 판가…건설 경기 유지되면 인상 가능성 커져
우리나라 시멘트의 품질은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지만 가격은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나이지리아·브라질·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출혈경쟁으로 가격을 높일 기회를 놓치기도 했으나, 인상 잠재력은 크다. 앞으로 원가 상승이 일어난다면 수요자에 대한 가격 전가도 이뤄져야 하는데, 레미콘과 건설 업계의 반발이 변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 경기가 살아나며 시멘트 업체들이 좋은 실적을 거둔 반면, 시멘트의 최종 수요처인 건설사들은 아직 눈에 띄는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다만 현재 수준의 건설 경기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건설사의 수익성이 좋아져 시멘트 가격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의 건설 경기는 앞으로 수년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인 지난해 주택 수주의 온기가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이후엔 주택 수주 감소의 영향이 생길 수 있지만 이를 보완할 요소가 있다.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할 필요성이 있고, 재개발과 재건축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SOC 예산을 점진적으로 줄여가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전체 투자 규모는 꾸준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투자 축소를 보완하기 위해 위험분산 및 손익공유형 사업 모델을 도입하는 등 민자유치 활성화 대책이 마련됐다. 서울 경전철과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S), 새로 건설이 추진되는 제2 경부고속도로, 제2서해안고속도로 등이 민간자본 참여 대상 사업이다.
재건축 규제는 완화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최대 10년간 예정보다 많은 규모의 재건축 물량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안전진단에서 구조적 결함이 발생하면, 연한 도래와 상관없이 구조안정성만 평가해 재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멘트 회사의 사업의존도가 35%에 달하는 수도권에서도 대형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제2공항, 영남권 신공항 및 울릉도와 흑산도의 소형 공항, 강원도 원주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평창동계올림픽 인프라 공사 등도 시멘트 출하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과잉 해소 필요…궁극적으론 해외처럼 업체간 통합 이뤄져야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더라도 산업재편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갈수록 성장성이 위축되는 국내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의 건설 경기가 영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급 과잉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시멘트 회사들은 호황기 이후 다시 과당경쟁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유럽에선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후 글로벌 시멘트사의 통합이 있었다. 세계 건자재 시장 선두를 다투던 라파즈와 홀심은 합병해 라파즈홀심으로 재탄생했다. 라파즈홀심은 수요 감소에 대응해 시멘트 공장 등 자산을 매각했다. 시멘트 생산 3위 업체인 독일 하이델베르그는 5위업체인 이탈리아 이탈체멘티를 인수한 후 중복 설비 정리에 나섰다.
일본도 성장 둔화와 고령화로 시멘트 수요가 급감하자, 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 타이헤이요, 스미모토오사카, 미쓰비시 등 대형 3사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됐고, 생산설비 감축도 이뤄졌다. 수요 감축에 적극 대응한 결과 시멘트 가격은 반등했고 수익성도 되찾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에 비해 주요 업체들의 수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 개선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며 “궁극적으로는 산업재편을 통해 대형회사 3~4곳으로 통합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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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6월 09일 17:38 게재]
PEF 진입…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경쟁 강도 완화
두차례 가격 전쟁, 실리 없는 업계 공멸
건설·토목분야, 꾸준한 성장…시멘트가격 인상 기반 확보
공급 과잉 해소 위한 업계 재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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