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불안에도…부산銀, 외화채 발행 이유
입력 16.07.15 07:00|수정 16.07.18 09:20
부산은행 "내년 2월 만기 3억달러 채권 차환용"
"신용등급 하락 전 미리 자금 조달…취약업종 여신 손실 대비 차원도"
  • 브렉시트(Brexit)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부산은행이 해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 돌아오는 대규모 채권 만기에 대비해 자금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신용등급 하락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성공여부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900억원)의 10년 만기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 코코본드)을 싱가포르에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2월 만기를 맞는 3억달러 외화채 상환용도다.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시장 수요조사를 통해 시기와 규모, 금리수준을 가늠해 왔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브렉시트 때문에 당초 예측했던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수요 예측이 상당 부분 달라졌다"며 "아시아는 물론 유럽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이달 말까진 발행 시점을 가늠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브렉시트 여파가 겹치며 해외에서 자금조달에 나선 부산은행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도이치방크 코코본드 이자 미지급 가능성이 거론됐고, 기업은행이나 농협처럼 외화채 발행을 추진하던 시중은행들도 계획을 접은 바 있다. 때문에 브렉시트까지 감당하면서 발행에 성공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내년 만기인 채권 차환 목적이라면 10개월 전에 발행 추진한 것은 이르다는 시각이다.

    부산은행이 서둘러 해외채권을 발행을 감행하는 이유로는 자금조달 다변화가 절실해서다. 올해 하반기 시중은행 및 금융공기업들이 줄줄이 국내는 물론 해외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상반기 해외 발행을 미룬 농협이나 기업은행 등 다수의 국내 은행들도 다시 채권 발행에 나설 전망이다. 다른 국내 은행과 비교해 부산은행의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채권을 발행한다면 투자자 풀이 겹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부산은행이 서둘러 해외에서 자금조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4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신용등급(A2)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취약업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한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을 예상, 취약업종의 여신 익스포저가 크고 BIS자본비율이 낮은 은행들의 등급전망을 바꾼 것이다.

    업계에선 이런 무디스의 평가를 국제 신용도 하락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 금융연구원은 "해외 신용평가사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뒤라 금리를 높게 제시하는 등 유인책이 있어야 발행이 가능할 것"이며 "금리가 다소 높더라도 혹시 등급이 내려갈 것에 대비해 조달할 수 있다면 일시적으로 재무건전성도 강화되고 역으로 향후에 국내에서 채권발행을 하더라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효과도 있어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은행의 본거지인 부산·경남 지역 경제 악화도 이번 발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조선 3사를 비롯해 이와 밀접한 협력사 구조조정으로 여신 리스크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손충당금이나 퇴직자들의 퇴직금 일시지급 등 지역 경제 악화가 부산은행의 건전성 지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BIS비율은 물론 재무건전성을 높여둘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산은행의 지난 3월말 기준 BIS자본비율은 10.8%다. 자본비율이 낮은 우리은행(10.4%), 광주은행(9.1%), 기업은행(9.4%)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BIS자본비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6개 시중은행(씨티·국민·SC·하나·신한·농협) 평균 13.2%보단 한참 낮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서 시작된 조선업 부실채권 문제가 지역 경제에 뿌리를 둔 부산은행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행이 해외채 발행에 성공할 경우 일시적으로 재무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전망이다. 3억달러 규모의 해외채 만기가 내년초이기 때문에 자금확충 차원에서 여유가 생긴다. 해외채 발행 성공을 발판으로 국내외 채권 차환이나 신규 발행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부산은행조차도 발행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시장 환경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발행 계획도 예상보다 1~2주가량 늦어진 상태라 지금으로선 발행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